사색의 향기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향기 메일이다. 향기 메일을 담당하는 향기 작가, 최선옥 시인과 2008년 12월 13일, 겨울 볕이 머무는 인사동에서 만났다.
시인은 인사동 쌈지의 나무 앞에 서있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인사동 한정식 골목의 어느 한정식 집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조용히 시와 향기 메일의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시인은 기자들에게 시인의 시집 《누에, 섶을 뜨겁게 껴안다》에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문학과 인문학의 위기를 말한다. 문학과 인문학은 항상 위기였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갈수록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원한다. 그 해답 중에 하나가 시에게 있지 않을까.
최선옥 시인과의 행복한 대화를 여기, 풀어놓는다.
첫째 마당. 향기 작가 최선옥
☆ 사색의 향기와의 인연에 대해 말해주세요.
문학기행의 김경식 작가의 추천으로 시작했습니다. 김경식 작가는 10년 전부터 알던 분이구요. 2006년 10월부터요. 여러 활동을 합니다. 시 낭송도 하구요. 사색의 향기에는 120만 명의 메일 회원이 있습니다. 저는 향기 작가니까 메일이 제일 중요합니다. 사색의 향기 회원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고자 노력합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리플로도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향기 작가로서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제 글들이나 시가 사이트 안에서 둔갑해서 돌아다닐 때 재밌어요. 희망을 얻었다는 리플도 좋아요. 예전에 ‘사색의 향기의 글은 나에게 하늘이다’라고 리플을 달아주신 분이 있었어요. 그런 가치가 있는지 죄송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반론을 제기하는 리플도 올라와요. 내 뜻과 다르게 글을 오해하는 분도 계셔서 참고도 하고요.
둘째 마당. 시 쓰는 최선옥
☆ 최선옥 시인에게 시와 문학은 어떤 의미입니까.
제게 시는 생활이자 취미입니다. 몰입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기쁨이죠. 생활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 존경하는 작가와 그 이유를 이야기해주세요.
문학사적 작가보다 주변에서 같이 활동하는 작가들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들을 존경합니다.
☆ 글을 쓰는 사람은 동력으로의 기억 혹은 동기가 있습니다. 그런 거 있으신가요.
학창시절 시인 된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백일장에서 상을 받고는 했죠. 상을 타며 소질이 있다고는 느꼈습니다. 선생님들도 칭찬해주시구요. 직장도 다녔습니다. 전공도 비국문학이구요. 사범대 나왔어요. 그러다 제 시를 보신 심사위원의 권유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 어느 시간에 글이 제일 잘 써지시나요.
식구들 잘 때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짬이 나면 씁니다. 한가한 시간에 마음과 기억에 준비해뒀던 것을 꺼내서 쓰곤 합니다.
☆ 앞으로 또 어떤 시를 쓰고 싶으신가요.
정서적인 거. 가족사, 개인사, 자기만의 것. 내가 접하는 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걸 시로 접목을 시켰으면 합니다. 선적인 거나 자연물도 있지만 소외된 계층들, 노인들,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시 속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그건 수필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이야기시라는 게 있잖아요.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거고, 시는 거기에 여러 이미지와 장치들을 둡니다. 이야기시도 시입니다. 요즘 주류가 이야기시로 가는 경향이에요. 시가 압축되고 짧아야 할 필요도 있는데……. 원로 분들은 짧은, 압축된 시를 좋아합니다. 흐름도 유행을 타듯 문학도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흐름도 섞어가며 접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셋째 마당. 최선옥 시인의 시집, 《누에, 섶을 뜨겁게 껴안다》에 대해 말하다
☆ 선생님의 《누에, 섶을 뜨겁게 껴안다》를 보면 생활의 차원이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선생님만의 행복한 일상을 사는 법이 있으신지.
시집에서 누에는 나, 섶은 세상입니다. 누에의 섶은 누에의 세상이죠.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경험에 바탕을 둔 겁니다. 어려서 할머니가 기르는 누에를 봤습니다. 세상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을 형상화 하고 싶었어요. 경험을 토대로 상상을 하는 거죠. 제가 행복한 일상을 사는 것은 작은 일상에서 그때그때 최선을 다 하는 것입니다.
☆ 이 시집을 보면 불가적인 가치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불가를 비롯해 동양의 전통적인 가치들을 좋아하시나요. 불가적인 가치들이 선생님의 문학에 준 영향은 어떤 것인지요.
제게 그쪽이 맞는 거 같아. 선(禪)적인 것. 저는 겉핥기의 신자라 죄송하지만요. 선(禪)적인 영감이 있습니다. 자연물이나 선(禪), 불교적인 흐름, 그런 게 제 정서와 맞습니다.
☆ 앞으로 작품 계획이나 출판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평론 수십 꼭지를 썼습니다. 스무 개쯤 정리해서 내년에 출판할 계획입니다. 시에 심혈을 기울여야하는데 평론부터 정리하려 합니다. 문학지에 연재하거나 월간지나 계간지에 발표한 시 평론, 시론, 시에 대한 전반적인 연재 글들을 모으는 거죠. 시집 평이라고 할까요, 재조명일 수도 있고. 그걸 모아서 저서를 만들 계획입니다.
넷째 마당. 시인이 말하는 세상
☆ 여성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성과 여성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성을 구분하는 게 모순이에요. 그렇게 하면 남성도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으로 힘든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기 할 일에 충실한 거 같습니다. 상처는 있죠. 하지만 제 일에 소홀히 하는 건 반성합니다.
☆ 전통 작가에서 벗어난 변종 작가들. 예를 들어 호러 게임 디자이너를 겸하는, 《피의 책》을 쓴 호러 문학의 대가 클라이브 바커 같은 작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의 능력이 되면 상관없다고 봅니다. 저는 능력 밖이라……. 문화에 대한 것을 써보라는 얘기는 듣습니다.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세계에 대해서도 더 알아야 할 거 같습니다. 다독과 경험을 통해 문화에 대해 말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 젊은 세대가 시를 멀리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젊은 시인들의 시가 더 어렵습니다. 난해해요. 방법도 그렇고요. 시인만 통하는 시를 쓰는 건 문제입니다. 와 닿지 않거든요. 해석도 힘들어요. 문인만을 위한 시라는 말이 있죠. 너무 쉽게 와 닿는 시도 그렇고. 가장 좋은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 쓰고 싶은 것입니다. 다만 묻혀 있는 시를 좀더 찾아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안 팔리는 시집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도 좋은 작품들이 있어요.
☆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인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문학을 안 하려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시인입니다. 지하철역에도 시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를 좋아합니다. 온데가 다 시에요. 풍요하다 못해 남발 수준이죠. 저 시가 얼마나 가치가 있나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우리의 복일지도 모르겠어요. 시는 생활에서 필요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는 계속 필요할 것이에요.
다섯째 마당. 생활인, 시인 최선옥
☆ 삶의 낙이 무엇이신가요.
그것도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가정인 것, 사소한 일상, 그런 게 낙이죠. 글을 쓰는 것. 문인들과의 모임에서 동질감을 얻고, 성장해가는 것.
☆ 내세를 믿으시나요?
믿음은 누구나 있는 건데요. 보이지 않는 세계는 있는 거 같습니다, 과학적 증명은 몰라도. 다음 생애에 대해 확신은 못해도, 보이지 않는 세계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문학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문단 인구가 점점 고령화 되서 걱정입니다. 젊은이들은 잘 안 해요. 학교에 있는 시인들 얘기를 들으면 문예반이 없어지는 추세래요. 책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등단하기 전에 충분한 습작으로 역량을 키워야 잘 쓴다는 소리를 듣고, 오래 간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한정식으로 따뜻한 배만큼 대화가 끝난 우리는 행복했다. 다른 세대, 다른 흐름 속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시와 세상에 대해 한 쪽의 이야기를 만든 기분이었다. 바쁜 도시의 콘크리트에도 겨울과 봄은 온다. 우리에게 시는 그런 것이 아닐까. 경제학도 중요하지만 감성의 위로도 중요한 것이고 문학도 누군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최선옥 시인은 필요하지만 소외되기 쉬운 가치들을 동시대인들에게 삶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글 ㅣ 사색의향기문화원 손정호 객원기자
사진 ㅣ 사색의향기문화원 이용주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