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생활에서 보는 오만원권의 주인공이며
요즘 새롭게 조명되고 있어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사임당'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임당전>의 저자 임해리 작가님을 만나뵈었습니다.
(글과생각 출판사 신희주 대표님이 동석하여 주셨습니다.)
* 사임당과 관련된 도서는 매우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임당전>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2015년에 역사평설 <사임당>을 출간하였는데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다시 한번 책을 쓰게 되었고 현재 12종의 사임당 책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소설이며 드라마 사임당의 영향으로 예술가라는 측면을 강조하였습니다.
반면에 이 책은 사임당의 인생 목표가 군자로서 사는 것이었고 즉 여성선비로서 그 뜻을 평생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고통과 상처 속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4남 3녀를 인성교육으로 가르치며 내면의 수양을 위한 예술 활동에 정진한 자세는 21세기 한국에서 재조명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 사임당은 올바른 자녀교육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화가로도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한 쪽면이 지나치게 강조된 모습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임당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요?
흔히 사임당을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왜곡하였는데 현모양처의 개념은 1906년 일본에서 수입된 개념이며 해방 후 박정희 정부에 의해 강화된 것입니다.
사임은 중국 성군으로 알려진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을 스승으로 삼겠다는 뜻에서 본인이 호를 지어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네이버 백과사전이나 다른 책에서 아명이 인선이라고 하는데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로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소녀가 스스로 호를 지었다는 것은 이미 주체적 인간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인생의 목표를 일찍이 세운 것이지요.
사임당이 21세기에 재조명되는 이유는 여성으로 주체적 삶에 대한 뜻을 세우고 평생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사임당은 공자의 사상과 교육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공자가 말한‘인’은 단순히 어질고 착하다는 뜻이 아니라 불의에 항거하려면 목숨을 버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하였습니다.
또한 사임당은 교육의 근본을 인성에 두고 각자의 역량에 맞게 가르쳤으며 의로움과 신의 성실을 강조하였습니다.
한편 사임당의 초충화 8폭 병풍에는 20가지의 풀과 꽃과 곤충 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림 안에는 하나하나 그 의미 등이 있으며 생명존중 사상과 상생정신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 조선시대 여성지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데요.
어떤 지위였나요?
흔히 조선시대를 남존여비 가부장적 사회로 알고 있으나 1392년 태조 이성계가 건국한 후 조선사회를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는데 1592년 임진왜란과 1636년 병자호란 이후의 사회를 조선후기라 불립니다.
사임당(1504~1551/ 연산군~중종)이 살았던 16세기는 고려시대의 풍습이 남아있어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편입니다.
혼인은 남자가 처가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여성은 결혼 후에도 친정 재산을 상속받았을 뿐 아니라 재산도 남녀균등제였고 제사는 아들 딸 모두 돌아가며 지내는 윤회봉사제였습니다. 맏아들에 대한 특별대우도 없었고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는 여성이 호주를 지낸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대부 여성은 이혼도 할 수 있었고 이혼 후 생활은 친정으로부터 받은 재산으로 영위하였습니다.
* 역사 인물을 다루는 책은 정확한 역사 고증이 필수라고 하겠지요. 어떻게 고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임당에 대한 기록은 <율곡전서>와 <명종실록> <선조실록> 외에 당시 율곡과 가까운 문인들이 남긴 개인문집을 통해 고증하였습니다.
* 요즘 여성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사임당에게서 엿볼 수 있는 여성리더십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임당의 여성리더쉽은 집안 대소사를 관장하면서 웃사람과 아랫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통능력이 발달했다는 점이며 치마에 그림 포도그림 일화처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공감하며 도와주는 실천적 행위에 있었습니다.
특히 학문에는 뜻이 없고 주색잡기에 빠지면서 친척의 도움으로 벼슬자리를 구하려는 남편에게 계속 충언을 하는 태도는 인내가 없으면 하기 힘든 지경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28년 백수 남편 대신에 가정의 경제를 책임졌던 부분도 리더쉽이 없으면 힘든 일입니다.
* 제주에 터전을 잡으셨는데 어떤 이유가 있으신지? 제주 생활도 말씀해 주세요?
제주에서 살기를 꿈꾼 지는 18년이 되었고 대도시의 정글 같은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제주여성신화를 연구하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5년째 제주살이가 쉽지는 않지만 천혜자연이 주는 힐링과 평화가 편안함을 줍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부터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할 생각이며 1920년 대 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항일투쟁한 중국인과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실존인물들을 모델로 삼고자 합니다.
* 끝으로 사색의향기 회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서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이라도 깊이 정독하는 것이 사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책은 같은 주제에 대한 책을 연속적으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통해 지식과 견문을 넓히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반추하는 가운데 지식과 경험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