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서울무지개> <명성황후> 의 중견작가 유홍종.
최근 활동이 뜸했던 그가 새로운 역사소설 <아사의 나라>를 집필하였다.
<아사의 나라>는 어떤 소설인지 그리고 작가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한번 만나보기로 하자.
* 작가님의 소설을 보면 <서울무지개>도 역사적 모티브가 있고, 전작 <명성황후> 그리고 이번 신간 <아사의 나라> 도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역사소설을 쓰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일본 작가가 쓴 <민비암살>이란 책에서 명성황후가 대원군에 의해 암살당한 것처럼 왜곡된 결론을 내린 것을 보고, 역사의 진실을 바로 잡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일본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시해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가 역사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백제 멸망의 과정을 추적하는 자료를 수집하는 가운데 신라의 통치와 지배 하에서 망국의 한을 품고 살아가는 가야 왕녀 아사와 신라의 장군 설오유의 운명적인 사랑과 야망을 테마로 하는 플롯 전환이 아사의 나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 제 생각으로는 다른 류의 소설 집필도 어렵지만 특히 역사소설은 쓰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역사소설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허균의 홍길동전도 3백여 년 전에는 현대소설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소설로 분류되는 것처럼 모든 소설은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소설이 됩니다. 소설은 궁극적으로 인간상의 창조가 중요한 것이지 시대 배경이나 무대는 크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역사소설이 팩트를 너무 판타지화하거나 과장 확대해서는 안 되며 확실한 팩트에 대해서는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다른 소설보다 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금번 <아사의 나라>를 쓰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며 그 내용을 간략히 알려주세요.
경남 합천의 황강 함벽루 옆에는 취적산(吹笛山)이 있습니다. 피리부는 산입니다. 가야는 지금은 잊혀진 신비의 나라가 알려져 있지만 옛 토굴에서 발굴된 가야의 흙피리와 시를 통해서 1천3백 년 전 가야 왕녀의 전설적인 슬픈 사랑을 그려내는 동기가 되었고, 바로 그 취적산에서 토적을 불던 가야 소녀의 비원과 꿈을 소설을 통해서 재현시키고 싶었습니다.
* 요즘 우리나라 고대사에 대해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에 대해서는 꽤나 알려졌지만 가야에 대해서는 일반인에겐 그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금번 <아사의 나라>를 집필하면서 가야에 대한 역사고증은 어떻게 하셨으며 우리가 알아야 할 가야 역사는 어떠한 게 있나요?
가야는 잘 아시는 대로 AD42년 김수로왕이 김해에 세운 국가로 520년의 찬란한 문화를 이룬 철제 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야는 신라에 의해 합병된 후, 모든 문물이며 역사 기록들이 철저히 지워진 비운의 국가로 바뀌고 맙니다만 이제 가야는 유물과 유적들이 대량 발굴되면서 점차 신비의 베일에서 벗어나 역사 복원이 계속되고 있는 중입니다. 고대 가야는 정작 김해지역 뿐만 아닙니다. 가야의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중에 둘째 딸 묘견공주 히미코와 7명의 왕자가 일본 규수지역으로 건너가 야마대국을 세웠고,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기록대로 규수 가세다시에는 지금도 ‘일본 발상의 땅’이라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가야의 분국인 야마대국은 점차 세력이 커져, 지금의 교토, 나라, 오사카지역을 정벌하면서 최초의 천황을 등극시키고, 마침내 현재 일본 천황가의 시조를 이루게 됩니다. 가야는 그처럼 역사의 발원지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사의 아버지도 정변을 피해 일본 땅을 떠나 가야로 망명하면서 아사의 나라는 가야의 다라국이 됩니다.
* 최근 TV에서 방영되는 역사드라마에서 보면 <주몽>의 소서노, <천추태후>, <선덕여왕>등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많아지는데 <아사의 나라>도 주인공이 여성입니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한 것이 어떤 경향인지 아니면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인지 작가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역사소설이나 사극의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성으로 옮겨진 것은 경향이나 추세라기보다 작가들이 그동안 역사적인 영웅호걸들을 주로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주인공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남성작가들이 역사물을 독점하던 시대가 지나고 여성작가들이 점차 등장하면서 역사물의 소재도 자연스럽게 여성 주인공을 찾게 된 것이 아닐까요? 역사소설과 사극 드라마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로망스적 서사가 더욱 풍부해지고 이야기도 좀더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장점이 있지 않을까요?
* 작가님의 소설 <서울무지개>를 비롯하여 <추억의 이름으로><불의 회상>등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되기도 하였는데요. 이렇게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저자로서의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소설의 비주얼 화는 영화가 소설의 소재나 플롯을 콘텐츠로 활용한 전혀 별개의 예술 장르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소설은 독서경험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상상적 영상을 제공하지만 영화는 관객의 상상력을 대부분 강력하게 제한해버립니다. 그래서 소설의 영상화는 영상 연출자의 또 다른 작품의 변신이기 때문에 어떤 간섭도 욕심도 기대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소설이 영화를 통해서 기댈 것이 없고, 영화가 소설에서 기댈 것이 없다는 뜻이죠. 물론 소설과 영화는 작품성도 상품성도 전혀 별개로 각기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오래 동안 충전만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앞으로는 신인 작가로 재 등단하는 기분으로 계속 작품을 써나갈 계획입니다.
* 끝으로 사색의향기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사의 나라>에 관심을 가져주신 사색의 향기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본 사이트에서 문학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사이트를 통해서 여러분의 문학적 꿈과 환상을 마음껏 펼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 : 사색의향기 작가탐방팀
사진 : 안정모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