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김석민
김석민을 뭐라고 칭하면 좋을까. 한때 듀크의 멤버로 근육 덩어리의 몸매를 과시하던 원조 몸짱? 배우 뺨치게 잘생긴 얼굴? 17대 1로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카리스마? 그러나 그가 작사 작곡에 능한 랩퍼라는 것을, 그가 음악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남성 듀오 듀크에서 듀크 김석민으로 솔로 앨범을 들고 그가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다시 가수로 무대에 서는 김석민을 사색의향기에서 만났다.
-. 2년 만에 싱글 앨범을 냈는데, 컴백이 맞나요? 데뷔가 맞나요?
컴백도 맞고 데뷔도 맞고요. (웃음)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많이 알게 됐어요. 제가 만든 곡을,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제 표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같이 공감하고 싶었어요.
-. 앨범의 전곡을 작사 작곡 했어요. 제가 ‘생활력 있는 가수’ 라고 부제를 달았는데 맘에 드시나요?
작곡, 작사하면 생활력 있는 건가요? (웃음) 남자는 자기가 지켜야 할 게 있어요. 내 가족들, 나중에 부모님께서 나이가 많이 들고 자식에게 기대는 때가 오면, 그때 제가 뭔가 도움이 되어 드려야 하잖아요. 하루는 어머니께서 “너랑 같이 학교 다닌 누구는 지금 잘 됐다.”라고 하시는데, 그럴 때 마다 ‘왜 난 못 갚아드리지? 그분들은 저한테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이런 생각이 들죠. 부모님께 꼭 갚아드릴테니 오래 사시라고 말만 하고 있어요. (웃음)
-. 앨범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두 곡을 미리 썼었어요. 그 중에 한 곡이 '럽송'인데 듀크 시절에 구상해서 만들어 둔 곡이었어요. 처음에는 앨범에 낼 생각을 안했었어요. 제 컴퓨터 안에서 없어졌을지도 모를 곡인데, 주위에서 듣고는 좋다고 해서 앨범에 넣게 된 거죠.
“올라미노 세비야 자미야 라씬 프럼 미~하”
-. ‘럽송’ 처음에 나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남미쪽 말을 흉내낸 거에요. 만들어 낸 말도 있고, 사랑에 관한 스페인어도 들어가 있고요. 감탄사인 말도 있고요. 재미있잖아요.(웃음)
-. 이번 앨범에서 중점을 둔 점이 있다면?
‘너하나면 돼’라는 곡에서는 고독을 표출하려고 했어요. 노래 부분에서는 간절함을 나타내려고 했고요. 멜로디 만들면서 느끼지는 감정을 가사로 적고, 그 느낌을 담아 노래를 해요. 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제 감정을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 ‘듀크 김석민’이라고 썼는데, 앨범에 대한 자신감인가요?
사실,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듀크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잖아요. 저희를 사랑해주셨던 팬들이 이십대 중후반이 되었는데, 지금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줘요. 개인 홈피에 쪽지를 보내주시고요. 요새는 제 앨범에 ‘너 하나면 돼’ 라는 노래에 나오는 ‘너’가 누구냐고 물어요. (웃음)
듀크라는 이름을 지키고 싶었어요. 김지훈과 김석민이 10년동안 고생하면서 함께 했던 수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제가 만들어가는 음악은 일기장 같아요.”
-. 음악을 하는 이유는?
음악은 제 삶의 연장이고 일상이예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제 안에 깊숙이 음악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듀크 시절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노래를 들으면 지금도 뿌듯하거든요. 그 뿌듯함이 하나 더 생길 것 같아요.
음악은 제 삶의 한 파트예요. 계속 가는 거죠. 사람들은 머리 속의 생각들을 남기려고 하잖아요. 제 음악은 제가 걸어온 흔적 같아요. 노랫말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고 수없이 고치고 그 상황이 되어 보고 수많은 생각 끝에 만들어 낸 곡이니까 애착이 가죠.
-.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인기 있는 가수면 좋겠어요. (웃음) 많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이 공감 할 수 있잖아요. 제 안의 감정을 몇몇 개의 단어와 멜로디만으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제 느낌을 그대로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햇빛의 따뜻함과 나른함을 음악에 담으면, 사람들이 나른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 작업하면서 징크스라든지 습관이 있나요?
막힌 공간에서는 번뜩 생각나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동안에는 낚시터에 앉아 있거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기도 하고요. 밤에 차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머리 속이 깨끗해져요. 보이는 건 자동차 불빛들 뿐이고. 그러다가 적절한 표현들이 떠오르면 그때 그때 적어요.
예전에 ‘가난한 자의 노래’라는 곡이 있었는데요. 3절 가사가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집에 가려고 차를 타고 강변도로를 건너다가 문득, 가사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30~40분만에 만들었어요.
집에서 작업하는데 집보다는 밖에 있을 때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나요. (웃음)
성장통,
“사람들이 저를 나쁘게 바라 봐요.”
-. 전보다 살도 빠지고 야윈 것 같아요.
요즘에 많은 일을 하다보니까 살이 빠졌어요. 강한 사람은 어디가도 인정을 못받더라고요. 그래서 약해지기로 했어요. 살도 좀 빼고요. 만만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친근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만만해지려고요. (웃음)
제가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듀크 시절 한창 몸 만들 때, 정말 힘드니까 ‘아, 부모님 말씀 잘 들을걸. 그러면 이 쇳덩이랑 안싸워도 될텐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웃음) 세상에는 가시밭 길 보다 더 아픈 깨진 유리밭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상처입지만 계속 가야 하잖아요.
-. 김석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이 있나요?
예전에 학교 다니던 시절에 나쁘게 산 적이 있어요. 남자들이 그렇잖아요. 싸우고 공부도 열심히 안하고 부모님 속을 썩힌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 놀았다고 해서 성인이 되어도 나쁘게 되는 건 아닌데 사람들은 그런 시선으로만 보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철 없을 때 했던 실수가 바탕이 되어서 한층 성장하고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의 저는 건강하고 바르게 살고 있어요. (웃음)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그동안 내가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도와주셔서 감사하죠.
-.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고 싶어요. 여유가 있으면 외국으로 음악 공부도 하고 싶고 가구 만드는 것도 더 배우고 싶어요. 그렇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늘어날수록 하고 싶은 것만 할 수가 없잖아요. 돈이든 책임감이든 그런 걱정 없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겠어요. (웃음)
열악한 상황에서 음악을 하는 실력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하면 얼마나 잘 하겠어요? 힘들고 지치면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잖아요. 지금은 제가 부족해서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하지만, 그 친구들을 소개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제 앨범에도 실력 있는 친구들이 동참을 했어요.
-. 사색의향기 회원들에게 한 말씀.
그 동안 제가 음악을 하면서 알게 된 모든 것과 많은 에너지를 쏟아넣은 앨범입니다. 들어보시면 김석민이 이런 감정을 갖고 있는 가수구나 하고 느끼실 겁니다.
특히, '너 하나면 돼' 라는 곡은 신인가수 정영주씨와 함께 부른 곡인데요. 기존에 들었던 음악과 차별화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듣기 좋은 음악입니다. 주위 분들께 홍보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컬러링 꼭 해주시고요. (웃음)
사색의향기 여러분들, 저 듀크 김석민의 앨범이 나왔습니다. 많이 관심을 갖고 봐주세요. 사색의향기 회원으로서 여러분께 부탁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이 제가 홀로서기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색의향기 파이팅! 듀크 김석민 파이팅! 아, 향기롭다. (웃음)
후. 일. 담
그는 목수가 되고 싶었다. 나무를 만질 때의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그의 손 끝에서 의자와 책상과 장롱이 만들어졌다. 나무 결을 따라 사포질을 할 때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들도 함께 다듬어졌다. 혼신의 노력으로 이뤄낸 모든 것은 아름답다. 설령,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던 나무 판자였을지라도...
“식탁은 잘 만들 수 있어요. (웃음) 버려진 나무로 장을 하나 만들었는데 이름이 각설이장이에요. 누가 버린 나무를 재활용 해서 일일이 손질하고 가구를 만들었죠. 주변 분들한테 선물도 했고요. 주변에서 제가 만든 걸 팔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직접 만든 걸 도대체 얼마에 팔아야 해요?(웃음)”
글 | 표선희 shpyo@paran.com
사진 | 황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