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 너머..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아련한 고향의 향수가 스멀스멀 떠오른다. 느티나무 아래서 놀던 동무들과 동구 밖 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함께 불렀던 노래들. 노래가 추억으로 남은 지금 이 순간, 나는 미트포드 마을을 그려본다.
푸르른 언덕 밑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동네 미트포드. 우리의 시골 마을을 꼭 닮은 미트포드에선 오랫동안 그 마을을 보듬어 온 팀 신부와 그의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소설은 성공회 목사인 팀 신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하지만, 얼핏 미트포드 사람들 속에 팀 신부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그들의 관계는 돈독하며 애틋하다.
팀 신부는 세상의 풍파 속에서 넘어지고 다쳐 헤진 영혼에 마음의 안식처와 휴식을 주는 미트포드의 목회자이다. 그는 떠돌이 개 바나바를 거두고, 버려진 아이 둘리를 끌어안고, 교회에 숨어들은 도둑 조지 게이너가 참회하기를 기다려준다. 기도를 통해 인고의 시간들을 온전히 감내한다. 마을 사람들은 팀 신부의 생일날 깜짝 이벤트를 하는가 하면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된 그를 위해 염려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방인에게 텃새도 부릴 줄 모르는 소박한 사람들이다.
인간의 삶이 언제나 풋풋하게만 그려질 수 없듯이 미트포드 사람들에게도 고통과 아픔, 외로움과 좌절 속에서 여러 번 고배의 쓴잔을 들이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트포드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평범한 농촌의 풍광을 배경으로 우리의 인생사가 담긴 이 소설은 ‘미국판 전원일기’라도 해도 손색없다. 불과 몇 년 전, 20년이 넘게 장수 프로그램으로 군림했던 <전원일기>와도 상당히 닮아있다. 내 이야기, 그리고 내 이웃의 이야기, 나아가 우리 동네 이야기였기에 동감하게 된다.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치고 올라오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오랫동안 미국인에게 사랑받은 이 작품의 비법도 바로 ‘공감’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면 메말라 가는 도시인의 정서에 촉촉한 봄비를 내려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소 밋밋한 내용 전개에 하품도 여러 번 했지만 책장을 자꾸 넘기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는 며칠 전 시댁에서 보내주신 맛난 김장김치 몇 폭을 꺼내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옆집 대문을 두들기며 멋쩍게 그릇을 내밀었다.
“맛이라도 보시라고 조금 내왔어요.”
너무나 황송해하며 그릇을 건네받던 옆집 아주머니는 잠시 후 내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를 한 가득 내밀며 말했다.
“ 김치엔 고구마가 최고지요 호호호”
내가 사는 이곳도 미트포드이리라. 적어도 내가 사는 이 곳만큼은.......
글 | 강윤희[사색의향기 북 칼럼니스트]
내 마음이 따뜻했던 날들
휴식 그리고 이웃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가로수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이웃이 누구이며, 동네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런 궁금증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빠르게 변화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마을이나 국가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서도 우리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과학 기술이 발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관계'를 통한 행복과 여유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성공회 신부인 팀 신부를 통해 미트포드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어려울 때에는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성공회 신부인 팀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점차 가족이 되어 간다.
휴식도 없이 바쁘게 살던 팀 신부는 어느날 부터인가 심적,외적으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의사에게서 휴식을 취하라는 진단을 받고 난 후, 팀 신부는 휴식을 취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의 모습에서 휴식을 갈망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당황해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 따뜻한 마음, 일상 속 여유 등 살면서 점점 잃어가는 것들을 이 책에서는 소란스럽지 않게 말하고 있다. 아름답고 소박한 풍경들과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미트포드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그리움이 묻어난다. 마치 내가 이미 알고 있던 마을인양.
글 | 조선아 [사색의향기 북 칼럼니스트]
마음으로 그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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