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과거를 보고 아들은 미래를 본다.
무뚝뚝한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계획한 아버지와 아버지가 내민 손을 잡은 아들,이들 부자(父子)의 용감한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세운 원칙대로 부자(父子)는 순례자처럼 걸으면서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한다. 터키와 그리스, 이탈리아를 다니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전이나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미술작품 등 유럽의 문화를 접할 때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는다. 문화유산에 심취한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삶의 묻어나는 시장이나 상점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생동감을 느낀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행은 적극적인 성격의 아버지와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의 아들이 서로 바짝 붙어 앉게 만드는 특별함도 있다. 아들의 사춘기를 함께 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지만 훌쩍 커버린 아들은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한다. 때때로 혼자 여행을 하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자식이 품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워하고 아들도 낯선 길을 걸을 때면 아버지의 빈자리를 절실하게 느낀다. 이십일 간의 긴 여행을 끝으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한 추억을, 아들은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을 마음에 담고 돌아온다.
부자유친로드맵은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연륜이 묻어나는 아버지의 일기와 자유분방함과 솔직함이 담긴 아들의 일기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표현 방식인 셈이다. 책 속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찍은 사진과 여행 후담도 함께 실려 있어 이들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덧붙여 고등학생이 배낭여행을 왔다는 사실에 한국 부모들이 매우 놀라워했다는 점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부모와 자식사이에 대화 시간 조차 없는 현실에서 이들 부자의 용기가 더욱 빛난다.
글 | 표선희 (사색의향기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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