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어린 여자아이들을 유괴해 성적으로 노리개를 삼은 후 잔인하게 살해하는 연쇄 성폭행 살인자인 범인 '룬드'는 교도소에서 평생을 지내야 할 아주 위험한 범죄자다. 그가 어느 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병원에 다녀오게 되면서 이송 중에 교도관들을 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어린 딸 '마리'를 키우는 '프레드리크'는 늦은 시간 유치원에 가겠다는 조르는 딸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 벤치에서 자신과 같은 한 아빠를 만나게 된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아직 벤치에 있는 그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글을 쓰는 직업인 자신의 일을 위해 돌아온다. 돌아와서 얼마 후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연쇄 성폭행 살인범의 탈주 소식을 듣게 되고, 탈주범의 모습을 보고 그가 조금 전 딸아이의 유치원에서 학부모일거라 생각했던 벤치에 앉아있던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없이 딸아이의 유치원으로 찾아가지만, 이미 딸아이는 유괴된 상태로 어디에서도 딸아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미친듯이 딸아이를 찾아보지만,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부검실에서 딸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딸아이의 시신은 심하게 회손 되어 있었고 아빠는 분노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힘으로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내게 되고, 결국 또다시 다른 아이들을 희생시키려는 범인을 자신의 힘으로 총을 쏴서 죽이게 된다.
사건은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프레드리크'의 재판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다. 딸아이를 죽인 범죄자를 죽였으며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 아이들을 살려낸 영웅이라는 해석을 하는 대부분의 시민과 여러 경찰관계자와 교도관, 그리고 교도소의 다른 범죄자들에게까지 그의 법정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이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무죄로 석방된다.
하지만 '프레드리크'의 법정에서 검사였던 '오게스탐' 검사는 자신의 출세에 눈이 어두운 사람으로 어떻게든 이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철면피 같은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졌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항소하게 되고 결국 '프레드리크' 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웅이 되어야 할 그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프레드리크'는 어린 시절 형에게 끝없이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를 보며, 그리고 처참하게 맞는 형의 모습을 보며, 또 그것을 방관하는 어머니를 보며 성장한다. 그리고 결국 어느 날 자신에게 안녕을 말하고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 형을 기억하며, 아픈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괴로움을 가슴에 안고 있다.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이혼이라는 상처를 주었다는 죄책감에 더 많이 딸아이를 사랑하며 키우던 아빠는 아이의 사건 이후 순간 순간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으로 괴로워한다.
'마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것인지 이해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두 눈을 꼭 감았을까?
방어하느라 몸부림을 쳤을까?
죽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고, 그렇게 죽고 나면 꽃으로 뒤덮인 관 속에 들어간 뒤 방금 깎아놓은 잔디 아래의 땅 속에 묻혀 영원히 혼자 지내야 한다는 걸 알았을까?'
( 본문 284 쪽 )
나도 딸아이를 키운다. 큰 아이인 아들과 터울이 지는 딸아이를 낳고 정말 어린 아이들을 성폭행하는 인간들에게 더 치를 떨게 된다. 아마 내게 딸이 없었더라면 덜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들이었지만, 딸아이를 얻고 정말 더 공감을 한다. 책을 읽을수록 아빠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울까 함께 범인을 잡는 심정으로, 그를 변호하는 심정으로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다. 나도 사형에 대해 무조건 긍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너무도 자주 이런 사건을 만나면서 이제 최소한의 사형집행을 옹호하곤 한다.
"내가 평생 해온 일이 범죄자들 잡아들이는 일이었소. 그런데 범죄자라고 다 같은 범죄자가 아니더라고. 프레드리크 스테판손이 범죄를 저지른건 맞지. 그런데 그를 영웅으로 만든 건 저 군중이 아니오. 그는 그 '자체'로 영웅이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청했기 때문이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 본문 389 쪽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전과자였던 한 사람과, 교도소에 취재를 가서 그를 만난 또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이 쓴 이 소설은 저자의 이력도 색다르지만, 둘의 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기에 더 이야기가 사실적이고 치밀해서 순간 순간 여러 곳에서 섬뜩하게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은 잘 짜여진 실화같은 소설이다. 우리가 정말 프레드리크 같은 입장의 누군가를 재판한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 과연 누가 그에게 범죄자라고 말할 수 있고, 죄의 값이 얼마라고 매길 수 있는가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자,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