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바꾼 사진들
가족 중에 그림을 전공하고 지금도 직업이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어 그림과 관련된 전시회나 화집 등을 읽기는 나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사진과 관련된 책이나 관련 전시회는 거의 경험이 없는 상태로 이 번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선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사진을 바꾼 사진들]이라는 제목과 거꾸로 쓰인 글씨, 그리고 흐릿하게 보일 듯 말 듯한 표지 사진까지 무언가 색다른 사진 예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소개 글을 보면서 '카메라를 통한 새로운 시선, 20명의 사진가를 만나다'라는 글을 통해 얼마나 색다르게 사진을 통한 작품들을 표현하는 작가들이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창의력을 이야기하고, 창의력이 경쟁이 되어버린 시대가 되었다.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표현, 남과 다른 시도가 경쟁력이라는 것은 여러 분야에서 마찬가지가 되었지만, 특히 예술의 세계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그림으로 똑같은 것을 그리는 것이 사진이 발명되면서 더 이상 먹히지 않았듯이, 이제 사진도 그저 어떤 사물만을 단순하게 찍는다는 의미를 넘어선지 오래라는 사실을 책장을 넘기면서 만나는 사진들을 통해, 그리고 그 사진들을 만들어낸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사실 쉽게 읽기는 힘들었다. 아니 쉽게 이해하면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내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겠지만,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이 공부가 되고, 흥미로운 내용이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만나는 사진은 이것이 과연 사진이 맞기는 한가 의심스럽기도 한 사진들도 많았고, 그림과 사진의 중간쯤으로 느껴지는 사진들도 많았다. 그런 시도들이 어떻게 이루어 졌는가에 대한 부연 설명을 읽어가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작가들의 창조의 힘이 느껴진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독특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어서 흐뭇하기도 하고,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예술세계를 만나는 것만으로 매우 흥미롭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느 때나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모험이 따르고, 고통도 따르지만, 그로 인해 대다수의 관객이 누리게 되는 새로운 경험은 또 다른 기쁨이자, 놀라움이 된다. 그래서 예술가들을 보면 늘 존경스럽다는 마음과 함께 그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기질이 느껴지는 것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