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여름에 처음 썼고, 한국문학 신인상에 응모했다.
5월에 일어난 교황 저격 사건이 신과 인간에 대한 기왕의 사색을 견인해냈다.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500장 분량의 <에리직톤의 초상>은 내 첫 소설이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맺기에 대한 고민이 부역으로 80년대의 어깨에 얹혔다.
1989년 후편을 썼다. 시대는 형이상학과 존재론에 기울어진 <에리직톤의 초상>을
지원을 받아 증축하게 했다. 이듬해 증축한 소설이 책으로 나왔다.
<에리직톤의 초상>은 내 첫 장편이다.
그리고 2005년, 포켓북 형태로 다시 펴내기 위해 뒤적이면서 나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내 20대의 고민이 지금의 20대들에게도 유효할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았다.
거슬리는 문장과 설익은 생각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손을 대면 상당히 힘들고 긴 공사를
각오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지 않을 바엔 거슬리고 설익은 채로 그냥 보존해 두어야 했다.
나는 개조도 보존도 택하지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한 유난한 애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치 않은 상황을 구실로 문장에 약간의 가필을 하는 수준으로 타협했다.
새로운 독자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로 애써 아쉬움을 밀어낸다.
2005년 3월, 이승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