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사랑했던 애인과 살림살이가 몽땅 없어져 버렸다면?
스물 다섯의 린코는 급기야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소중한 부엌살림살이와 조리기구 아끼던 음식재료까지
집어간 애인이란 놈은 어떤 정신을 가졌는지 헛웃음마저 나온다.
할 수 없이 십 년전 떠나온 고향을 향해 겨우 남겨진 겨된장단지를 끌어안고 내려가게 된 린코는
언제부터인가 냉랭한 사이가 되어버린 엄마의 집에 도착한다.
자신보다 더 사랑하면서 키우고 있는 애완돼지 앨메스가 돌진하는 것으로 환영을 대신하고
십년만의 만남은 너무 황량하게 시작되고 무일푼인 린코는 애완돈 앨메스를 돌봐주는 조건으로
엄마에게 비싼 사채이자를 얹은 돈을 빌어 식당을 개업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꿈에서만 그리던 이상적인 식당 '달팽이 식당'은 그렇게 갑작스런 불행덕분에
탄생한다.
가능한 집 주변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기반으로 자연에 가까운 맛을 내는 음식을 내기로 한
린코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구마아저씨의 도움으로 테이블이 하나인 식당을 개업한다.
첫 손님은 식당개업의 일등공신자 구마아저씨!
'시료리타'라고 부르는 아르헨티나인 아내는 딸을 데리고 떠나버리고 그녀와 함께 먹었던
카레의 잊지못하는 구마아저씨를 위해 진심을 담아 카레를 만든다.
무뚝뚝한 구마아저씨는 린코의 카레요리에 감격하고 기적처럼 '시료리타'아줌마가 다녀가는
일이 생기면서 '달팽이식당'의 음식을 먹으면 소망하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나게 된다.
첩으로 평생을 살다가 미망인 된 할머니와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던 커플들,
그리고 거식증에 걸린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달팽이 식당의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모두 음식을 먹게 될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 진솔한 '마음'까지 더했던 린코의 정성이 기적을 만든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던 린코는 어느 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되지만 암에 걸린 엄마는 평생 사랑했던 슈이치아저씨와 재혼하고 곧
하늘나라로 떠나고 만다.
달팽이 식당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진심과 사랑을 담아 요리를 했던 린코는 자신의 엄마와는
화해하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된 것이다.
그 뒤 닫혀진 '달팽이 식당'
린코는 외로운 어린 시절 두려움을 없애주던 '부엉이 아저씨'의 실체와 만나게 되고 엄마의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후회와 자책으로 괴로워하던 린코는 마치 하늘나라에서 엄마를 대신하여 온 것같은 한 마리 비둘기를 보면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정말 이 책은 배가 출출해지는 시간에 보면 괴로움을 참기가 힘들어진다.
음식재료며 과정이 너무 생생해서 눈앞에 그 맛있는 음식들이 아른거리고 허기가 몰려와 뭐든 먹고싶어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소통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게된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맘을 털어놓지 못하고 결국 다 떠나간 후에 후회하게되는 어리석음을 늘 저지르기 때문이다.
린코와 엄마는 살아 생전에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사랑을 확인했어야 했다.
우리도 이미 이런 실수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옮긴이가 말한것처럼 우리 동네에도 '달팽이 식당'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빅뱅에 열광하는 딸에게 빅뱅이 싫어지는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하겠다는 옮긴이의 소망은 이루어지기 어렵겠다.
린코는 결코 누군가를 싫어지게 할 요리는 만들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제발 우리가 무얼 놓치고 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마법의 요리는 어떻게 안될까?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인 사람에게는 권하기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인내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