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이 이십여년 전 쓰여졌다가 다시 복간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성이
뜻일 것이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물에서 흔히 도입되는 밀실살인이라는 추리기법을 이용하여 전개되는
영화를 찍는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탐정영화'를 촬영하던 천재 감독이 갑자기 사라지고 영화촬영은 중단된다.
마지막 10여분의 촬영분만을 남기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스텝들과 연기자들은 각자 결말을 구상하여 선정한 후 마무리 촬영을 하려고 한다.
사라진 감독없이 완성된 영화의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독자들은 감독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을 하게 된다.
마치 숙제를 던져주듯 마지막 결말을 완성해 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서로 살인자가 되어 유명세를 타려고 하는 연기자들의 아전인수격의 결말과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결말을 짜내는 스텝들.
서로가 내어놓은 결말을 따라가다 보니 다소 어수선해지면서 감독의 행방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누구의 시나리오로 완성될 것인가에 촛점이 모아지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촬영을 끝내자 나타나는 감독에 의해 우리는 반전의 묘미를 맛보게 된다.
미완성이었다고 생각한 촬영이 사실은 모든 영화 촬영이 끝났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리고 감독이 행방을 감춘 것은 자신의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트릭이었음을 알게된다.
작품속 영화의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니 또다른 미스터리의 완성을 만나게 되는 플릇인 셈이다.
단지 작품속에 등장한 수많은 영화들을 기억해내려다 보면 자칫 흐름을 잊게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몰입을 방해한다고 할까.
더구나 아주 이십여년전에 쓰여진 작품이다보니 인용된 수많은 영화역시 오래전 작품이라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 또한 '탐정영화'에 몰입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영화를 촬영하는 것처럼 상세하게 묘사된 촬영장면속에 이미 해답이 있었다는
결말이 이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생명력일 것이다.
누구라도 생각지 못했던 숨은 트릭덕에 앞으로 20여년 후에 또다시 복간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