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힘이 빠지고 영혼까지도 허기가 진 것 같이 외로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엄마표 밥 한그릇이
그리워진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고 하지 않은가.
우리말만의 독특한 '식구'라는 표현도 얼마나 정다운 어감인가. '식구'란 말 그대로 한솥밥을 나눠먹는
그런 가족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집 밥 한 그릇의 간절한 그리움이
묻어있다.
이제 더 이상 가마솥을 걸고 군불을 때서 밥을 짓는 일도 드물고 집집마다 자기집표
김치도 점점 사라지고 있기에 가끔은 엄마가 지어준 것 같은 집 밥 한 그릇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과연 내가 엄마표 밥 한 그릇이 그리울만큼 아이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고 있는지 부끄러워진다.
살림도 권태롭고 식재료값이 부쩍 오른 요즘에는 외식이 편리한데다 비용도 저렴할 때가 있다.
하지만 조미료 범벅의 그맛이 그맛 같은 요리에 질릴 때가 많다.
왜 같은 재료로 똑같이 만들어도 맛이 다 다른것일까. 누군가는 손에서 나오는 고유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리라면 자신이 없는 나는 정말 손맛이 없는 것일까.
살림살이 20년차가 넘은 내가 여전히 요리책을 보면 두 눈이 반짝이는 것은 바로 내 요리솜씨가
형편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요리책중에 단연 이 책이 내 맘을 이끈 것은 내 몸에 꼭 맞는 건강하고 속편한 상차림때문이었다.
요긴한 육수내는 법부터 간단해 보이지만 늘 망치게 되는 달걀말이에 물기를 꼭짜고 무친다고 해도
늘 국물이 질펀해지는 도라지 오이생채만들기까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식단이 너무 맘에 들었다.
동지에 먹는 팥죽부터 아이들 간식으로 제격인 떡볶이처럼 이 책에 소개된 식단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그림의 떡'이 아니라는게 매력적이다.
잘만 연습하면 내 딸이 먼 훗날 엄마표 밥이 가장 맛있었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무엇보다 싱싱한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도는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