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동이의 기도 / 정연복
저도 한때는
가지들과 잎새들이 무성했어요
초록 이파리가 돋을 때면
사람들이 감탄했어요
단풍이 들 때도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었죠
쓸쓸히 낙엽 질 때면
사람들도 덩달아 슬퍼해 주었고요.
하지만 주님!
이제 저희 식구들은 다 떠나고
저만 달랑 남았어요
시원한 그늘이 없으니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어요
가지와 잎이 없으니
새들도 나비들도 찾아오지 않아요
그래서 저 홀로
쓸쓸할 때가 많아요.
주님!
저의 외로운 삶에
따뜻한 위로를 보내주세요
모든 것 아낌없이 내준
저의 삶을 어여삐 보아주세요
오늘 제게 마음씨 착하고
생각 깊은 벗 하나 보내주세요
제게 걸터앉아
말벗이 되어 줄 좋은 벗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