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정 호 승
내 가슴에 손가락질을 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비를 뿌리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한평생 그들을 미워하며 사는 일이 괴로웠으나
이제는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살다보면 우리는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까닭없이 내게 삿대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원망의 말을 퍼붓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은 내 가슴에 좀처럼 뽑히지 않을 대못을 깊숙이 박아놓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의 삶을 뿌리째 뒤흔들다가 어느날 갑자기 훌쩍 떠나버리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내가 많이 힘들 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다. 가뭄에 콩나듯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큰 위안이 된다.
지천명의 세월을 건너며 조금씩 내게 상처를 주고, 나를 아프게 했던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와 위안을 주며 살아왔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함부로 내뱉었던 원망의 말들을 걷어들이게 되었다. 나를 힘들게 하거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던 사람들 모두, 내 삶을 직조하는 날줄과 씨줄이 되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면서 더 이상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게 다가왔다 멀어져 간 사람들 역시 저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인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바로 그들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슬픔과 눈물의 본질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러니까 "내 가슴에 /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 같은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없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고,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다. 미움도 그리움도 모두 내려놓고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함을 시인은 우리에게 가만가만 일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