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순간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예전에 만났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와 살게 되고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면서 하나둘 소식이 끊어졌다. 내가 먼저 편지를 보내고 연락을 해봐도 답을
주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었지만, 나는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펜팔을 여러 차례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들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많은 편지가 오지만, 그것도 잠시뿐 오래 이어지는 이는 없었다. 어쩌다가 조금 오래간다고
생각했다가도 금세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처음에는 다들 같은 마음이라고 하다가도 알고 보면 다른 의도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을 아무나 만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을 주고받다가도 조금이라도 불편한 이야기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내가 먼저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 외에는 남자든, 여자든 편안하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음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해놓고 누군가는 글 쓰는 자체를 부담스럽게 생각해서 받는 것은 좋은데,
보내는 것은 어렵다며 편지를 못 보내도 계속해서 보내줄 수 없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글 쓰는 자체가 좋아서 답장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혼자서만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어졌다. 어느 정도 궁금한 게 풀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하나같이
연락이 다 끊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종종 먼저 편지가 와도 처음부터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조금씩 간격을 두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 진정 같은 마음에서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분이라면 계속 이어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현재는
특별히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세상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서로를 생각할 수 있는 이가 한두 명만 있어도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저
인사치레로 주고받는 안부 말고, 말 한마디라도 서로 따뜻하게 건넬 수 있고, 금방 만났다가 헤어지기보다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는 인연을 소망한다. 그것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 또한 노력하고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사람이라면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가
되려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서 누군가가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정말 내 마음 같은 이가 있다면
먼저 이야기를 해준다면 더없이 좋겠고, 나 또한 누군가를 지켜보면서 은연중에 먼저 말을 꺼내기도 한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편안하게 나눌 수 있고,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글 쓰는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의 글감을
보면서 또 다른 느낌의 글을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서로의 진정한 팬이 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벗이
정말 그립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보잘것없는 나라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때로는 많은 말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는 벗, 필요하다면 따끔한 충고의
말도 해줄 수 있다면 나에게는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마음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꽃(瑜眞 이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