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선(線)이지만 함부로 넘을 수도 없고 심지어 삶을 좌지우지할 만큼 가혹하다면?
'무단출입금지' 표지가 붙은 세인트오즈월드문법학교는 줄리언에게는 금단의 열매가 있는 동산이었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아이들이 다니는 서니뱅크파크 종합학교에 다녀야 했던 줄리언에게는 세인트 오즈월드는
어린 그에게 '이상향'이었던 것이다.
비싼 등록금에 부모들의 과한 관심을 받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문법학교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세인트 오즈월드의 담벽을 뛰어넘어 가짜 학생이 되기로 한다.
그 곳에서 줄리언은 핀치벡이란 이름으로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모든 지식을 빨아들인다.
세인트오즈월드의 수위였던 아버지의 나태함은 그의 이중생활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내가 '무단출입금지' 팻말 앞에서 이해한 것. 즉 이 세상의 모든 법률과 규칙은 허세와 자기만족이라는
불안정한 그물망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으며, 깨지지 않는 규칙은 없고, 무단 출입도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목격자가 없는 한 처벌받지 않고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374p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열 한명으로 구성된 크리켓경기의 열 두번째 선수로
당당하게 오즈월드의 일원이 된 줄리언은 리언을 만난다. 하지만 그는 절대 따먹어서는 안될 금단의 열매였다.
새로운 신세계에서 만난 두 친구는 종횡무진 세상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더 열심히
수행했지만 결국 서로를 사랑한만큼 상처를 입고 파멸을 맞게 된다.
'젠틀맨 플레이어'는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작위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열 세살의 아이는 과감하게 그 벽을 넘고 결국 '플레이어'가 된다.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난 후 스스로 소외시킴으로서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여린 마음은
끔찍한 결과를 낳게된다.
교사의 경험을 살려 이 글을 썼다는 작가의 놀라운 반전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의 책에 등장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염려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분명 이 속에
그녀가 만난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인트오즈월드의 개성강한 교사들과 악동들의 모습이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질 수 없을 것이라
믿으니까.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야생화처럼 아이의 외로움에 가슴이 시렸다.
자신을 외톨이로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십 오년이란 시간을 준비하고 치밀하게 조종해나가는 그의
완벽함에 치가 떨렸다. 하지만 난 그에게 돌을 던질 수가 없다.
다만 그를 철저하게 외면했고 속아넘어갔던 허상의 이상향이었던 세인트 오즈월드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더 이상 외롭지 않고 가슴따뜻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분명 줄리아 스나이드로 더 이상 위장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