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사진으로 느끼지 못한 또 다른 풍경들
수도 서울. 무척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어서,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살아온 곳이다. 조선 600년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자 구석 구석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서울의 풍경을 하나 하나 스케치한 수고로움이 매 책장마다 느껴지고, 서울의 풍경과 함께 써 나간 역사적인 사실들도 그동안 몰랐던 많은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그저 스치듯 지나간 많은 곳들이 사실은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었음을 알게 되니 다시 그곳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진을 통해 보는 서울과 또 다르게 다가오는 서울의 스케치 풍경은 직접 저자가 카페에서, 공원에서, 거리에서 모두 발 품을 팔아가며 그려냈다는 사실만으로 소중하기만 하다. 작가와 같은 카페에 앉아, 스케치한 그림을 보면서 눈 높이를 같이 하고 그 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책에서 소개한 곳 중에 한 곳이라도 저자의 그림풍경대로 골목골목 찾아보고 싶어진다.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면서.
개발의 대가로 그저 표지석 한 개 달랑 남아있는 여러 장소들을 다룬 글들을 보면서 어쩌면 진짜 소중한 것을 너무 쉽게 버리며 살아온 것을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곳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그대로 그린 순간의 마음이 얼마나 씁쓸했을까 싶다. 누군가는 잊고 있고, 누군가는 없애고 있는 그 곳에서 손에 화상을 입어가면서 끝까지 백송을 살리려 했던 백송할머니의 이야기도 가슴 따뜻하고 감사하기만 하다.
수 많은 수케치는 경복궁, 명동, 수진궁, 효자동 등 모두 14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소별로 주변의 볼거리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나무 한그루 비석 하나에 얽힌 사연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그대로 역사책이 되기도 한다. 깐깐한 저자의 눈은 여러 잘못된 부분을 까칠하게 지적하기도 하는데, 청계천의 수표교에 대한 글을 읽고 잘못을 지적하는 그림을 보면서 그저 한 장의 사진으로 잠시 담아낸다면 절대 스케치를 하는 시선으로는 담아내지 못했을 내용이라는 생각에 사진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스케치한 그림들이 더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케치로 서울을 담고자 한 첫 번째 이유는 서울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였다' 는 저자의 '닫는 글'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저자의 생각이 책 속에서 그대로 담겨 있음을 책을 읽으며 공감하곤 했다. 때로는 스치듯 지나쳤을 많은 사물들이 그림을 그리며 천천히, 꼼꼼하게 발견한 저자의 시각과 함께 더 아름답게, 가치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