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삼칠.삼둘
파월 맹호부대 소총 소대장(기갑연대 5중대 2소대장)으로 근무 당시, 어느 날 소대 야간매복 작전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포병관측장교(FO)인 이 소위가 관측병(무전병)을 몹시 나무라며 연거푸 머리를 쥐어박는 것이었다.
속히 대대(10포병)에 포병 화집점을 알려주어야 되는데 “삼칠 삼칠 여기는 삼둘 이상!”이라고 아무리 무전으로 호출을 해도 상대방이 전혀 응답하지 않으니 분명 무전기를 잘못 취급하여 고장난 것이 틀림없다며 자꾸만 윽박지르는 것이었다.
나는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박 상병의 허스키 보이스, 게다가 파열음에 가까운 특이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매복진지가 폭로될까 심히 두려웠다.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는 나의 성화에 못 이겨 두손으로 입을 가린 채 처참하리만큼 울부짖는 그의 목소리는 차마 들을 수가 없을지경이었다.
몹시 초조하고 다급해진 박 상병의 거의 울부짖는 듯한 무전 호출은 여전히 응답없이 일방적으로 계속되었다.
“삼칠! 삼칠! 여기는 삼둘 이상!...삼칠,삼칠...여기는 삼둘 이상!”
계속 얻어 맞아 가면서 무려 20여 분을 반복하노라니 어려운 진통끝에 겨우 무전 통화(응답)가 이루어졌다.
“여기는 삼칠, 보내라 이상!”
드디어 응답이 왔던 것이다. 아마 추측하건데 대대 무전병이 잠깐 졸았거나 잠간 화장실에 다녀왔거나...
불안과 초조와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순간, 너무나 반갑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얻어 맞은 게 얼마나 억울했던지 순간적으로 박 상병의 환희와 울분이 함께 응축된 무선 통신이 걸작이었다.
“야! 귀소(貴所) 이거 땅소(當所) 이거 뭥가 이거!”
“아 양호다! 당소 잠시 쌍도라지 독점 오빠 독점 임금 이었구나 미안하다 보내라 이상!”
결국 대대 통신병이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얘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