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 三昧境
문학평론가 양 영식
삼매경이란 불교에서 유래한 어원(samadhi)의 三魔提, 三魔地, 三昧境을 일컬으며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모아 행하는 一心不亂의 경지를 가리킨다.
이의 맥락에서 독서법에도 口道, 服道, 心道가 있어 입으로 다른 말을 아니 하고, 눈으로는 딴 것을 보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고 반복 습독하면, 그 참 뜻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리다.
독서의 기쁨에 대해서 일찍이 서양의 상징주의 작가 말라르메가 그의 작품 이지튀르(프:igitur=그러므로)에서 일종의 불교적인 결론을 내림으로써 하나의 관념 세계로 終局에는 독서의 순수미란 그 내용이 사실은 부재 하는 것의 은유로서 곧 불교의 無念無想의 세계인 空卽是色 色卽是空 의 理致와 같음을 밝힌 이 우연의 일치는 예사로움은 아닌 듯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빈방 한 가운데에 책상이 놓여 있고,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음으로 시작한다. 필자가 작품을 窺知해볼 때, 책상 위에 놓인 책은 분명 하나의 물건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물건과 다른 이유는 作中의 책이 다른 물건과 구별되는 첫 번째는 관념적으로 이 책은 펼쳐져서 독자들에게 읽혀지기를 기다리며 이 결과 마침내는 독자의 정신 속에 들어가 역동적인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서 책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 문건으로서의 장벽을 넘어서게 된다는 점이며 그러함으로 우리들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 속에 담겨져 있는 관념과 사고를 사유해 보는 과정의 첫 여정일터이다.
잠시 여기에서 독서의 기쁨을 서술한 말라르메의 상징시 바다의 미풍에서 “육체는 슬프다／ 아아 나는 보는 책을／ 잃어버렸다／ 가련다.／ 저 먼 곳을 향하여／ 미지의 표 말과／ 창고의 그 사이 나는／ 새들의 황홀한 심사를／ 나는 아나니／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저 창공에 목욕하는／ 내 마음을 붙들진 못 하리라.／ 그윽한 그림자／ 내 눈에 비치는 옛 花園도／ 오 오 밤이여／ 이제 더 무엇을／ 쓸 수 없는 텅빈 백지를／ 비치는 램프의 적요한 불빛도／ 귀여운 어린것도／ 그를 안은 젊은 어머니도／ 배를 띄워라／ 하략～.／
상기 詩에서 보듯 독서의 세계란 현실과의 모든 접촉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 속에 일정한 빈터를 만들어서 그 속으로 < 無= 프: rien >안에 들어 있는 無限의 세계인 이상적인 형태들이 흘러 들어가 無我의 境地로 굳어지게 함일 진데, 이 상징시의 결론을 독서 삼매경 의 경지와 같음이리라고 생각한다.
말라르메 그가 순수하기만 원하는 위대한 책으로부터 차용한 단어들의 의미에 주도권을 언제나 양도해 간다. 곧 그것이 독서의 眞面目인 독서행위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독서란 드러낸 <어휘> 라고 하는 보석 위에서 빛의 잠재적인 흐름처럼 서로의 반사로 반짝이게 하고 있는 가운데에서 침묵과 열정으로 빠져 결국은 독서의 희열을 찾아가고 있는 것의 다름 아니리라.
실제로 말라르메의 독서 관을 잠시 살펴보면 어느 아늑한 밤의 자기 서재에서 갑자기 육체의 생활에 괴로움을 느낀다.
현실의 재현이나 암시가 아니라 현실이 가지고 있는 物性( 책 )을 없애는 것 즉 다시 말해서 사물이 아니라 사물 그것이 주는 효과를 묘사하는 것과 같음으로 일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詩論의 출발점이 곧 독서행위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들 독자들이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 자연스럽게 책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이나 이미지로 변화되어, 독자 스스로의 자아 깊숙이 미상불 心道의 세계가 울려 퍼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할 때 동양에서는 이를 가리켜 讀書 三昧境이라 하며 책 읽는 기쁨의 백미로 비유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언어를 통하여 책 속의 사고 즉 타인의 사유를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리다. 필시 이에 뒤따르는 독서의 기쁨은 독자의 기쁨과 일치되어 독자 자기중심으로부터 해방시키어, 곧 독자는 스스로 언어의 연금술에 빠지게 됨으로써 족서의 즐거움은 아름답게 승화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의 기쁨이란 황홀한 행복감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존재를 즉시 투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삶에 있어서 독서는 고독과 불안을 치유해 주는 벗이 되기도 하며 또한 다른 경험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가르쳐 주는 또 다른 다정한 벗일 수 있다. 만일에 우리들이 어린 시절부터 독서의 습관을 길러 둔다면 인생의 황혼녘에 들어서서도 고독하지 않고 늙어서도 웃음으로 온유하게 살수 있다는 의미를 이제야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의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보면 “내가 인생을 산 것은 사람과의 접촉의 결과에서가 아니라, 책과의 접촉한 결과에서이다.”라는 말은 우리들 인간은 누구나 독서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며 독서의 기쁨을 위한 조그만 하나의 좋은 구실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선 책의 선택과 독서의 방법 그것은 독서 생활의 큰 기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독서와기쁨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그 속에 함께 공존 할 것이며, 또한 삶의 지혜로서 항상 우리들의 삶 그 속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하기에 무심히 흩어진 삶의 흔적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참 기회는 독서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독서는 우리들 인생사에 있어서 삶의 필요에 의해서나 또는 굥양을 쌓기 위함과 하나의 예사로운 재미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무튼 독서를 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먼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알지 못해 하거나 책을 읽어 나아가도 그 뜻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學而時習知 不赤悅呼라는 생활 훈을 실천하면서 먼저 우리들 자신의 인간성 함양을 위해서, 그리고 바른 인생 문제의 이해와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또는 사고력 배양을 위해 좋은 책을 접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참으로 풍요로워 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독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좋은 책을 만나는 경우나 기타의 경우에서도 얼마든지 우리들은 通讀(내리읽기) 拔萃讀(가려 읽기) 泛讀(대강 읽기, 널리 읽기) 味讀. 玩讀. 熟讀(캐며 읽기, 음미하며 읽기) 多讀-襤讀(많이 읽기) 精讀(더듬어 읽기, 자세히 읽기) 表示讀(줄치며 읽기) 要約讀(요약하며 읽기)등 다양한 독서 방법으로 취사선택될 수 있겠으나, 실제적으론 우리들 각자는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심혈을 기울여 나아가야 한다. 또한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 노력은 하지만 실제로는 좋은 책이란 하루아침에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좋은 책이란 한 세대 이상 문화나 민족 보편 정서에 부딪쳐 정평이 나게 된 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끼쳤던 생각을 담은 것이기 때문에 책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독서의 방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독자 스스로는 바람직한 독자의 모습을 한결같이 堅持해야 하겠으며, 훌륭한 독자는 독서의 목적에 따라서 독서의 방법을 적절히 선택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사실은 곧 독서란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며 즐겁게 지내는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다는 행위는 한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의 자아를 개방하고, 또 다른 존재는 이 개방에 의하여 황홀을 맛보면서 서로 동화되는 과정이라 생각하여 보아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며 언어의 鍊金術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며, 독서 행위는 책과 독자가 하나 되기 위해 同化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하나의 만남의 흐름 속에서 기쁨과 창조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우리들이 인생의 삶을 통해서 책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할 수만 있다면 眞率한 의미를 제공해 줄 독서를 통해서 얻어지는 인생의 문제는 총체적 삶의 경험 속에서 나온다고 가정할 때, 오히려 독서는 인생의 刺戟劑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의 참 의미를 갖게 되며 독서의 세계는 우리들을 항상 흥분 속에 들뜨게 하는 것으로 이끌어 준다는 확신에서 남은 여 생 이나마 독서의 삼매경 속에 푹 빠지게 되기를 염원해 볼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