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명절 한가위
北岳 徐正淇 先生
가을은 풍성한 계절이고 한가위는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풍성함을 나누는 가장 큰 명절이다.
봄 여름에 온갖 씨앗을 뿌려서 가꾸면 가을은 만물의 생명력을 다시 뿌리와 열매에 저장해서 영글게 하여 사랑으로 하여금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함으로써 한 해의 기쁨이 넘치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매우 일찍부터 중추가절에 온 겨레가 즐기면서 보람을 누리는 윗날을 큰 명절로 정착시키고 아름다운 심성을 길러왔던 것이다.
한가위를 맞는 민족심성(民族心性)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풍성함을 나누는 사랑이요 정의요 예절이요 지혜이다.
논 밭에 가득한 곡식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고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을 보면서 조상을 사모하는 마음씨가 바로 우리나라의 한가위 민족심성이다.
가장 잘 익은 열매를 거두어다 먼저 조상님께 바치고 나서 친척과 이웃이 나누어 먹던 풍성한 마음씨는 바로 이땅을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었고 인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공동체문화를 건설하는 저력이었다.
이러한 한가위 민족심성을 이제는 되찾아야 하겠다. 그동안 홍수처럼 밀려온 외래사조와 맹수처럼 날뛰던 전통파괴세력에 의하여 갈기갈기 찢어지고 조각조각 박살난 민족문화를 다시 복원해야만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우리는 21세기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맞이함에 있어서 먼저 민족을 통일하고 민족동질성을 회복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와 국교를 수립하므로서 만주와 시베리아 등에 거주하는 많은 해외동포들과도 민족심성을 함께 해야 되는 현실에 놓여있다.
무엇으로 남북의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고, 해외동포들과 민족정서를 함께 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한가위 민족심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1년3백65일이 더도 덜도 말고 내내 한가위때만 같읍시다'라고 하는 민족심성을 되찾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에 인정이 넘치는 만남으로 옛날의 조상을 추모하고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술과 고기를 나누어 먹고 밝은 가을 달빛속에 모두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기쁨을 다시 찾고 민족의 맥박을 확인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법도가 있다. 가난하고 못살아서 살아남기 위하여 아귀다툼속에서 증오하고 경쟁하는 것은 그래도 일말의 동정심이 없지 않지만 가질만큼 소유하여 풍요로운 가운데서도 파렴치하게 다투어 싸우면서 인색하고 교만한 작태를 계속하면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한가위 풍성함을 나누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겨울을 나고, 보릿고개를 지나고 여름을 보내면서 어찌 증오하며 외면하고, 경쟁하며 다루는 일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오곡백과가 풍요롭게 익어가는 수확의 계절이 되면 그동안의 섭섭함도, 미워함도 모두 풀어버리고 가을 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그리고 가을 호수처럼 깨끗한 기분으로 다시 인정을 꽃피우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가윗날의 본뜻이다.
그리하여 한가위는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풍요로움을 나누는 기쁨과 다시 만나는 즐거움의 상징으로 승화하여 천수백년의 민족사에 생동감 넘치는 정취를 드날린 희망의 날로 기억되었다.
그 누가 추석날의 연휴를 아직도 향락으로 보내고 있는가. 그 누가 추석날의 정취를 정치운동으로 젖어들게 하고 있는가.
이제는 국내외 전 민족의 대동화합을 위하여 한가위 민족심성을 되찾는데 방해가 되는 일체 부정적 행위를 스스로 삼가하고 민족공동체 의식을 배양하는데 앞장서야 할 때다.
명절의 아름다운 풍속을 일으키기 위하여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놀이를 지양하고 집단적이고 역동적이고 향토적인 민속놀이를 개발하여 민속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여 민족의 긍지를 만방에 자랑해야 된다.
한 나라에 있어서 역사풍속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한가위의 전통적 의미를 찾는 것보다 절실한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 가정에 있어서 핵가족으로 분열한 삭막한 현실이 걱정이라면 현대에 있어서 한가위의 가족적 의미를 찾는 것보다 시급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한가위는 우리 민족만이 느끼는 끈끈한 친화력과 힘찬 생명력과 아름다운 정서가 있으므로 이러한 정신을 살려서 명실상부하게 가장 큰 명절의 의미를 부각해야 되고 통일을 대비하여 남북의 동질성 회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하며 또한 해외동포와 민족의 정서를 공유하는 날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추석날이 하루 속히 와야만 비로소 실향민의 슬픈날을 청산하고 해방되던 해의 추석날처럼 환호와 광명으로 가득차서 온 겨레가 얼싸안고 춤추던 꿈을 모두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