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척’이란 말이 있다.
한눈에 얼른 바로 알아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 정도야 뭐 척 보면 알 수 있지‘ 따위의 등 이다.
요즘 취업 시즌을 맞아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재수 따위를
판단하는 “척 보면 압니다”의 그 관상(觀相)이 화제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晋)나라의 고포자경(姑布子卿)은 공자(孔子)의
상을 보고 장차 대성인(大聖人)이 될 것을 예언하였다고 하니, 관상학(觀相學,
pysiognomy)의 역사는 줄잡아 2천년이 넘는다.
관상학은 크게 달마상법과 마의상법 2가지 있는데,달마상법은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에 남인도에서 달마(達磨)가 중국으로 들어와 선불교를
일으키면서 후세에 전한 관상법이고,
마의상법은 송(宋)나라 초기에 마의도사(麻衣道士)가 만든 관상법이다.
관상학의 체계가 이때에 비로소 확립되었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에 관상법이
전하여졌고, 고려시대에는 혜징(惠澄)이 관상술로 유명하였다.
그 후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크게 유행하여 지난해 2013년에는 ‘관상’이란
영화가 9백1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대한민국 관객동원수 랭킹 13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이 높다.
설악산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에게 꼬장꼬장한 한 할망구가 다가와 손목을 불끈
잡아 채어 스님을 빤히 쳐다보더니 한 마디 하는데,
‘젊은 때 시원했던 낮 짝, 그 곱던 눈매 어떤 년 주고 이렇게 파싹 늙어뿌랬나?’
'중들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이렇게 늙었노?'
그건 그렇고 ‘스님, 대체 우리 사는 의미가 뭐요?’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거요?’ 하는 거라,
그 질문 끝에 스님은 바로 말문이 막혔다. 꼼짝을 못했다. 80년을 살아도 어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지금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무산 스님이 말했다.
“해인사(海印寺) 팔만대장경은 골동품일 뿐이다. 좋게 말해 문화재다. 진리가 아니다.
그 대장경 속에 억만 창생億萬蒼生)이 빠져 죽었는데. 건져도 건저도 건져지지가 않아,
무수한 중생들이 대장경(大藏經)바다에 빠져죽어 거기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팔만대장경 속에는 부처가 없다.”
절간에는 부처가 없다. 그렇다면 어디 있는고?
지금 여기..그대 눈앞에 벗어나지 않았거늘 어디서 찾는가?.
어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는가?
인생은 척보면 아는 것이 아니라,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때론 아는 척 때론 모르는 척, 살아가는 것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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