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벵기의 녹은 염산으로 닦아라
부평에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큰녀석이 진해 대야초등학교로 전학가자마자 독특한 경상도 사투리에 적응이 꽤나 힘들었던지 하루는,
“ 엄마. 나 학교에 안가고 싶어. 도대체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라며 울상이다.
내용을 물었더니 선생님이 흙판에 ‘쌀’ ‘살’ ‘쌀’ 이라 써놓너디 하시는 말씀,
“너희들은 ‘살’을 ‘살’이라 부르지 말고 ‘살’이라 읽어야 한다.” 라는 것이었다.
이처럼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빚어졌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소개하고저 한다.
육사 입교 직후 기초군사 훈련중이던 어느 토요일 오전, 마침 엠원(M1) 소총을 분해하여 병기를 손질하고 있는데 4학년 구대장 생도 왈,
“각 내무반 전달! 벵기의 녹은 염산으로 닦아라” 고 하였다.
말은 느리지만 동작은 빠른 편이었던 나는 복창이 끝나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아래층 화장실 청소도구 창고로 달려가 보관된 염산병을 가져다가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금속 부분에 염산을발라 닦으니 부글 부글 흰 거품이 일더니 곧 새빨갛게 녹이 슬고 말았다. 잠시후,
“이놈들아! 벵기의 녹을 염산으로 닦으랬지 누가 벵기의 녹을 염산으로 닦으랬냐?”
구대장 생도의 강한 부산 토박이 발음으로 변기(便器)와 병기(兵器)가 전혀 구분이 안 되어 빚어졌던 웃지 못할 해프닝!
- 석원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