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용진면 봉소사를 다녀왔습니다 작은 암자여서 인지
이름난 여늬 산사와는 다른 고즈녁한 가을 산사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었습니다
떠밀려 떠나가는지 앞서 떠나 가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의 끝자락 산사 뒷마당에서 커다란 양은솥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큼지막한 양은 솥이 두개나 걸려있었습니다
궁금하여 뚜껑을 열어보니 반 쯤 담긴 물은 얼어있습니다
한번 쯤 쓰고 닦아둔 것인지 반짝반짝 윤기 나는 양은솥을 대하니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깨끗한 걸로 봐서는 사다 걸어 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더 많은 불사를 위해 보시 하기 위한 국 솥과 밥 솥 같았습니다
30 여전 커다란 양은 솥에 돼지뼈 사다 김장 김치 넣어
한 솥을 끓여도 부족했든 시절도 있었는데 모두가 떠나가고 소량의 음식을 만들어도 남아서 돌아가니
그 추억의 맛을 그리워 하는지 모르겟습니다... ...
한 때는 유행 이었든지 시골 집 장농 위에 신주단지 처럼 올려놓고 뿌뜻한 마음으로
애지중지 아끼던 물건 이었지만 스텡에 떠밀린 막그릇 처지로 우리들의 몸을 살찌우는데 한 몸들을
바친 크고 작은 양은 솥들......뚜껑 꼭지는 헐거워진채 엉덩이는 까맣게 타버리고
고단한 삶이 버거울땐 야찰없이
내동댕이쳐 갑갑한 가슴에 숨통을 틔이게 해준 수고로 귀퉁이가 찌그러진.........
그래서 젊은 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던 양은 솥 들을.....
나는 헌신짝 처럼 버렸단 말인가
아니면 고물로 팔았으까나..그리운 옛 것들을 함부로 버리다니 ...
후회하고 있음을..
지금 창고에 걸려있는 키는 오래도록 같이하고 싶다..
곡식에 티를 날리듯 육신에 쌓인 찌거기들을 날리면서 말이다...
모두가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하러갔는지 적적한 주말입니다
오늘 같은 날 향기방에 양은 솥 걸어 놓고 아궁이에서 피어오르는 매운 연기로
눈물 찔끔 이쪽 저쪽 얼굴 돌려가며 수제비를 뜰까나 아니면
할아버지께서 가을거지 끝내시고 잡아서 보내주셨던
오동통한 미꾸라지에 가을 배추잎 넣어 얼큰한 추어탕을 끓일까나 .......
뒷마당에 걸려있는 커다란
양은솥 단지는 산사에 다녀가는 이 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남겨주겠지!!
심심해서 혼자 놀다 추억을 끓였으니 한그릇씩 맛있게 드시고들 가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