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내리는 빗소리에 누군가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이제 한 번씩 비가 내릴 때마다 기온도 떨어져 겨울로 향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노랗게 물들었던 은행잎은 어느새 다 떨어져 메마른 가지만 드러내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도 쓸쓸해지고, 이제 정말 겨울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눈을 감으니 정신은 더 맑아지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어디라도 가야겠다 싶어 뒤척이다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나 밥을 먹으면서 '그래 떠나자!'마음먹고 무작정 길을 나섰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펼쳐지는 풍경은 희뿌연 안개로 휩싸여 있었지만,
아름답게 물든 산을 다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야 동해 바닷가에 도착할 수 있었고, 파도치는 소리에 이끌려
바닷가로 걸음을 옮기니 어둠 속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보였습니다.
당장에라도 집어삼킬 듯 파도가 거셌지만 오래도록 바닷가에 서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있었고, 파도치는 바닷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 바닷가에 나갔는데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뜨는 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따라 구름이 덮여서 함께 퍼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실망한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결국 저 또한 아쉬워하며 그 자리를 떴습니다.
아침 공기가 꽤 차가웠고 시린 손을 녹이고 다시 바닷가를 거닐며
여전히 거세게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날으는 갈매기, 물빛도 아름답게 보이고
절벽 아래에서 보이는 바다도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누군가와 함께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리움에도 때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각자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나름의 삶을 그리며 살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편안하게 하면서
혼자보다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동행을 하면서 말입니다.
글벗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 줄의 글에서도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행복하세요!
2012. 11. 12 비꽃(瑜眞 이은숙)
*향기님들, 글벗들에게
사진으로나마 아름다운 물빛을 함께 보았으면 해서 올려봅니다.
제 마음에 담은 모습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