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마전 교 밑
글 / 양 영식
청계천 마전 교 밑/ 어린이들의 물장구 소리/ 청계 6가까지 메아리치는 웃음소리로/
역사를 거슬러 간/ 서민들의 시름 녹인 시원한 놀이터로/ 사랑과 평화/ 빨래터의 명성으로/ 억압 받던/ 젊은 여인의 빨래 방망 질 소리/ 소리를 뒤로하며 / 마전 교 밑 청계천 여름은/ 천년고도를 시샘한다.
마전 교 밑 청계천 물은/ 예나 지금이나 침묵으로/ 淨化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흐르고 흐르며 왔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찬바람 속에서도 청계천 마전 교 밑/ 여름의 청계천은 맑은 물을 토하며/ 켜켜이/ 하늘 위 끝에/ 천년을 새들이 날고 또 날았단다.
청계천 마전 교위엔/ 현대인들이 일궈 놓은 조화의 先後를/ 파괴로의 악순환을 가르며/무겁고 암담한 빛깔들을 보여줬다./ 청계천의 오후, 그 위를 지나는 사람과 차량들/ 흘러가는 물소리/ 빗방울/ 네모의 형광 빛/ 삶의 애환들이 함축되어 녹아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팍팍한 세상은/ 서로 잃어버린 것을 조용히 만지기도 했다. /네온 빛 출렁이는 청계천 물 위 / 어리시절 자맥질 하던 옛 모습/아낙의 치마폭 실루엣 안으로/희미한 빛이 튀며 놀라/웃음 속으로 사랑은 흐르며/무성영화처럼 펼쳐지어/ 오늘은 또 휴대폰 속 /뭍 연인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제 각각의 나름으로 숨바꼭질한다.
청계천 마전 교 밑엔/ 패자 부활전이 날마다 펼쳐지는 운명의 쇼로/비(雨) 위에 덮여 진 식료품과/ 또 비 맞은 아주머니 얼굴위로/ 내 마음 쉴 곳이 없어/ 필요보다 사유의 여백들을 빼앗겨 버린/ 마전 교 밑은/ 내 눈과는 이미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한/
삶이라는 사각의 링/ 그 곳엔 밀려난 노점상 식품가게 아주머니의 숨 고르는 소리가 散華되어/ 사람의 내재된 때와 /사람의 때로 더렵혀진/사람을 위해 깨끗해지는/ 때의 원천도 인생이며/ 참살이도 / 날마다 때를 닦아내는/ 인생길의 물장구 소리다.
누군가를 위해 대속적인 삶을 살아 온/마전 교 다리 밑에서/ 방망이 질 당하기도 했던 / 맑은 물/이제, 새삼스럽게 평생 썩은 생선만 먹고 살아 온/ 저 잇 발(齒)로서 환생되어/외쳐대는 소리들로 돌고 도는 참살이도/ 풍요와 가난의 유물들을 실려 보내고
번쩍 번쩍 빛나는 식료품들 사이/ 아주머니 얼굴 위로 맺힌 빗방울이/조명 빛 되/ 상기되며/ 온통/ 내 뺨은 모든 네온 빛 움직임들로/ 청계천은 캄캄한 암흑을 헤집고 삶과/ 물빛과/ 네온 빛 등을/아니, 밀어내 보려고/ 사람들의 손으로 저들의 내민 입을 틀어막으며 흘러 또 흘러간다.
<시작 노트> : 2013년 늦은 오후 어느 여름 날 시장을 지나, 마전 교 밑 청계천을 거닐며 떠오른 상념들을 적다.
마전 교 밑의 구체적인 인식들은 역사의 흐름과 삶의 터전으로서 사랑과 평화와 서민의 삶이 역사의 순환 속에 오버랩 되 감정의 표현이 아닌 인식의 표현들을 떠올리게 하는 ’빨래터와 일상‘ 그리고 ’휴식과 삶‘으로 이어져 과거와 현재를 거스르고 가르며 조용히 흘러왔을 것이다.
< 놀이 터- 산책 >. <레이저와 일상> <서민의 애환 터- 사랑의 精彩 >의 사실성들이 인간사의 진화를 통해 칼칼한 자본주의 분화로서 막연하게 드러난 와중에서 서서히 사실성의 감각적인 이미지들과 詩想들은 “원의 축”을 그리며 시대적 의미와 변화에 따른 투영을 계속해나가지만⃙ ….
이 시점에서 話者는 시란 감정의 해방이 아니고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한 엘리엇의 試論을 곱씹으며‘절대’속에 종속된 인간의 세계를 詩로서 그려내 보면서 누구나 동시대의 자연 속에서 至美至樂을 벗 삼아 心齊坐忘의 虛靜 的 삶을 동경한다면 物我의 경지에 들어 설 수 있는 지인(至人)으로서의 역동성은 변화될 것이 확연하리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