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나는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그 시절에는 책이 귀했기 때문에
책을 실컷 볼 수 있는 서점주인이 되고 싶기도 했었다.
과연 요즘 아이들의 꿈은 무엇인지 나도 궁금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찬기는 국가 대표 축구선수가 꿈이었고
남을 잘 웃기는 현준이는 개그맨이 꿈이라고 했다.
범생이 학생회장 진영이의 꿈은 의사였고 나은이의 꿈은 할머니란다.
뜬금없이 할머니라니?
"우리 할머니는 공부도 안 하고, 일도 안 하고, 매일 텔레비젼만 보고, 잔소리만 해요.
전 할머니가 돼서 실컷 놀고 매일 잔소리하면서 편하게 살래요."
하하 나은이의 꿈을 듣다보니 나도 나은이 할머니처럼 그렇게 편하게 살고 싶어졌다.
친구들의 별명을 잘 짓기로 유명한 수리는 아직 꿈이 없다고 했다.
조은 상가내에 있는 중국집 자금성의 주인인 아빠는 세계의 모든 국수를 모두 먹어보고 아빠만의
국수를 만드는 게 꿈이고 많이 푸짐한 수리 엄마도 어려서는 발레리나가 꿈이었다고 하는데 왜
수리는 되고 싶은게 없을까.
뭐든지 뚝딱 만들어내는 백년 할머니의 꿈은 밥 안 굶고 뜨신데서 자는 거라니 가난하던 옛시절에는
꿈도 퍽 소박했구나 싶다.
수리네 담임선생님의 꿈은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그 것도 '좋은 선생님'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난 수리네 반 아이들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꿈을 간직한 사람은 마침내 꿈을 닮아 간다'고 말해주신다. 꿈이란 꾸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면서. 아이들이 꿈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선생님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가면서 선생님의 이 말씀을 늘 기억하겠지.
수리는 공부는 잘 못하지만 자식도 찾아보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는 백년 할머니를 꾀를 내서 집밖으로 나오시게
하는데 공을 세우고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지자 경찰서에 도움을 청하는 아주 건강하고 멋진 아이다.
결국 수리가 찾아낸 꿈이 뭐냐구?
별명을 지어주던 특기를 살려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하긴 자고 나면 새로운 발명품이 만들어지는 세상에 이름짓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정말 꿈을 잘 찾은 것 같아.
아빠가 만들고 싶다던 국수에 '꿈짜면'이란 이름도 붙이는 걸보니 이름 짓기에 달인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뤄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뭐가 되고 싶은지 몰라도 작가의 말처럼 조금 늦거나 서툴러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 주고 싶다.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꿈을 과감히 떨쳐내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진영이처럼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수리 아빠의 '꿈짜면' 곱빼기를 기대해본다. 세상의 모든 국수를 먹어본 요리사라면 얼마나 기가막힌
국수가 나오겠는가. 자금성 전화번호 아시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