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나긴 무더위에서 벗어나는 듯하더니 이제는 그 더위에 대한 기억조차 사라져버렸다.
지금도 잔뜩 움추린 체 노트북의 키보드를 친다.
그런 겨울 초입의 찬바람이 지나는 산사의 뒷뜰에서 노오란 국화를 본다.
'아! 그래. 꽃은 따뜻한 봄날에만 피는 게 아니었지'
그래서 생각해 본다. 꽃은 왜 피는지?
그리고는 꽃의 목적이 자기의 종족을 퍼뜨리기 위함이라는 평범한 결론에 다다른다.
번식.
만약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꽃이 꽃닢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나는 항상 그대로의 꽃을 보게된다면 아마도 실정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생각지 못할 것이다.
그리되면 모든 자연은 그 자체가 삭막함이 되어 스스로 소멸될지도 모른다.
아마 자연계가 우울증에 걸리는 걸 막기 위해 꽃은 떨어지는지도.......
그래, 꽃이 아름다운 건 때가 되면 자신을 버릴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를 하다보면 사용하지 않는 파일 등을 휴지통에 버린다.
그런 휴지통을 비우지 않고 계속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휴지통이 꽉 차서 버릴 수 없다는 경고가 뜬다.
우리가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유는 쓰레기가 더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쓰레기 집.
버릴 줄 모른다는 것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과도 같다.
"떨어져야 꽃이다"
이 책은 내게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한다.
버린다는 건 나눔이며 배려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열가지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다른 듯 이어지는 따뜻함이 읽는내내 마음을 데펴준다.
종이에 그려진 꽃은 언제나 화사하지만 그건 꽃잎을 떨굴 수 없기에 우리는 떨어져 뒹구는 꽃닢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울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눈물은,
마음의 아픔을 씻어내는 힘이니.'
책의 말미에 적혀있는 '호피족의 격언'은 마음을 씻어 낼 수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마음을 씻겨낸 그 자리에는 따스한 기운에 또다른 꽃이 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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