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그녀가 남긴 강의를 녹취해서 만든 책.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웹진 <문장>과 위즈덤하우스가 함께 진행한 '청소년을 위한 인문특강-문학편'에서 장영희 교수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나를 사로 잡은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라는 제목이라니, 그것을 누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내 궁금증을 자아낸 것.
그래서였을까? 읽는 초반에 제목은 편집자가 제목을 잘 뽑은 것이었을 뿐, 결코 사랑하는 법에 대한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이 나를 녹녹히 만들어갈 때 나는 장영희 라는 분의 문학관과 감성에 젖었고, 왜 편집자가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문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살고 사랑하느냐 였기 때문이다.
문학이란 일종의 대리 경험입니다.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인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경험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우리에게 문학은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내가 그 작품 속의 주인공이 되어 대리 경험을 하고, 내가 어떻게 인간답게, 또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남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고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가를 문학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것이지요. 삶에 눈뜬다는 것은 아픈 경험이지만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꼭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예요.(32p)
곧 문학을 통해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저자와 대화를 한다. 문학의 주제는 크게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다. 따라서 문학을 많이 접하는 것이 인생을 더 깊고 폭넓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녀의 간단 명료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물론 녹취록이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강의 내용 중 일부가 그녀가 쓴 글이 포함되었고, 그녀가 쉽게 쓰려고 한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었다. 나는 이에 공감한다. 아주 많이. 누구나 읽으면서, 삶을 경험하고 가슴으로 공감하는 일이 문학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함으로.
바람이 불어 온다. 가볍게 나를 통과한다. 그러나 그 바람은 나를 지나면서 변했고, 그 바람은 가벼웠다한들 내게 무엇을 남겼다. 그 가볍고 쉬운 그 바람이 나는 장영희 선생님의 이 책이라고 생각된다. 쉽게 가볍게 읽었으나 무엇을 남긴 책.
특별히 마지막 부분이 맘에 든다. 자살에 실패한 한 노인과 노인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두 웨이터의 이야기를 다룬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A clean and well-lighted place'와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오는 저녁 숲가의 서서'라는 시가 그것이다. 저자는 소설을 들어 노인과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의 마지막 부분,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잠들기 전에 갈 곳이 있다'를 들어, 잠든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 거라고 한다. 이 부분쯤 닿으면 나는 먼 길 앞서간 그녀가 잠들기 전에 해야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문학에 대한 애정, 문학을 삶을 소개하는 창으로 소개하는 것, 어쩌면 죽음에 앞서 해야 할 일은 문학을 마음껏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책은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통일성을 가지고 엮었다. 그러나 내용은 문학편 강의록임으로 내용이 국한되고 제한적이어서 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글을 강의를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읽어내고 싶어서일까?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가볍게 날아와 잠시 머물러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