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저자 김진명 작가의 추천사로 시작되는 첫페이지에서 김진명 작가는 이 책을 두고, 오랜만에 탄생한 한국현대사의 대작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기에, 필자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팩트와 픽션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형식의 <모자씌우기>는 팩션이라는 장르답게,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된 핵무기 개발을 시발점으로 참여정부 때까지의 핵개발을 소상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자주국방'을 꿈꿨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미국과의 삐걱거리는 좋지 않은 관계 속에서, 1971년 일방적인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결정에 언제든지 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극비리에 핵무기개발을 추진한다. 하지만 강경한 미국측의 반대로 1977년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잠잠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비밀리에 과학자들과 합심하여 꾸준히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10.26사태를 겪게 된다.
<모자씌우기>는 박정희 정권이 끝난 이후,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의 쿠데타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은밀하게 핵실험이 있었다는 보고에 미국은 한국마저 핵보유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CIA 첩보활동을 통해 핵실험의 주축이었던 세 명의 박사 중 민일용 박사를 살해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요원의 도움으로 세 명의 박사 중 한창혁 박사는 일본으로 도피, 나머지 이강하 박사는 행방불명이 된다.
그리고 시대는 흘러, DJ정부.
민일용 박사의 아들 민태준 박사가 미국에서의 박사 활동을 마무리 짓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2004년 핵물질 사찰파동과 관련된 미국, IAEA와의 불편한 관계, 미국과 일본의 추악한 핵실험 뒷거래와 이중 외교에 대한 내용, 2005년 동해바다 미임계실험을 마지막으로 민태준 박사의 러브스토리로 이야기를 맺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킬러의 심적 변화나 킬러의 쌍둥이 형의 변화 부분이 조금 느닷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은연중에 내포된 재미, 재일교포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으면서, 왜 김진명 작가가 추천사를 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기술력이 늘 발전되어 있다.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얼마만큼 우수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고 가늠할 수 없었다.
이 책이 그 우수성과 발전성에 대해 새롭게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남핵'이라는 민감한 사항을 두고, 핵 물질 개발과 실험은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과학자의 이기적인 이중성이라고도 말하지만, 오동선 작가도 말했듯이, 과학기술에는 어쩔 수 없는 다목적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기술력의 발전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