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는 예측 가능하듯이 이 세상의 불행에 대해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간 책이다. 내가 이러한 책을 보고 싶은 이유는 눈을 현혹하는 세상의 좁은 면만에 붙잡힌 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전 대륙에 걸쳐 불행이란 것이 특정한 지역에만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책의 처음 두 장은 넓은 땅을 보여주며 읽는이가 이 책을 읽으며 감당해야 할 크기를 예고하는 듯하다.
책의 내용이야 물론 아픈 사람들의 증언이나 관찰이다. 무엇 때문에 어떻게 아픈지는 각양각색이다. 지금도 영화나 드라마, 공연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들은 여기에서는 더 이상 상상속의 창작물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님을 역설한다. 놀라운 것은 p79에 실려 있는 사진으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한 건물이 전쟁이 아닌 학살로 인하여 온통 총알 투성이가 된 모습이다. 처음엔 이게 무슨 사진인지 모를 정도로 범상치 않은 사진이었다. 그 다음 장에는 수백의 묘비가 보인다. 종교적 문제로 인하여 세계가 외면한 땅에 내려진 가혹한 인재의 모습이다.
꼭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실린 사진의 대부분은 사람을 찍은 것이다. 그것이 대체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피사체의 모습은 아마도 불행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간의 모습이리라 생각해 본다. 이러한 사진들을 연겨푸 찍고 담아서 출간한 저자의 의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이 책은 결코 정말에 머문 채 끝나지 않는다. 절망이란 희망으로 가는 어쩌면 필수적인 통로라는 것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감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를 특히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다수가 저들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불행이란 것이 행복으로 가기 위해 다소 필수적이란 것도 모른 채, 아니 진정한 불행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다만 입으로 불행을 말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책은 불행을 가르쳐 주고 나아가 타인과 함께할 수 있는 '우리'란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맘 먹고 읽으면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임에도 매우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철학서도, 그렇다고 과학서도 아닌 이 책을 이렇게 오랫동안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당신이 이 책을 읽으며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꼭 당신에게 바란다.
끝으로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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