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전에 사고로 오른쪽 발목의 인대가 손상되었다. 그래서 내리막 길이나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에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지면서 엉치뼈와 허리를 다쳐서 한동안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어야 했다. 중요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친구의 딸 결혼식에도 참석을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때 내 손을 떠나지 않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 책이 있다.
웃음을 주는 의사!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이라는 의사가 그렇다. 아니 코미디언이다. 그렇다. 사실 그를 따라다니는 직업은 많다. 이밖에도 카바레티스트, 웃음트레이너,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등이 그렇다.
저자는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느끼는 자신의 생각을 재미있게 수필식으로 썼다. 남자와 여자, 인간과 동물, 건강, 질병, 음식, 의사, 대체의학, 정신과 영혼, 섹스와 그 후유증 등 크게는 총 14개 파트로 나누어서 약 60개의 제목으로 책을 구성했다.
주목할 것은 사물이나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보는데도 어쩌면 그리 다를까라는 생각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면서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예를 들면 컴퓨터에 대해서 "인간은 자신이 원숭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부끄러워 했던가! 컴퓨터가 자신이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을 알고 부끄러워 할 것도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라는 것과 콜센터에 대한 언급에 있어서는 "기본원칙 1번이 '전화를 즉각 받지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객들은 이들이 한가하게 고객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좋지 않다. 고객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와 더 나아가 온라인에 대해서는 "애쓰며 다운받는 자, 복이 있을 지어다. 나는 그대를 업데이트 하리니,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바이트를 주시옵소서. 오, 더블유 더블유 더블유. 닷. 성령이여. 닷, 오소서!" 등이다. 그리고 동음이의어를 정말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작가에게 매료되어서 후속작인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와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도 나의 필독서로 만들었다.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박민숙 옮김/은행나무/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