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남편되는 분들은 자신의 아내를 뭐라고 부를까?
나는 아내를 부를 때 '예슬엄마'라고 부른다. 큰애만 있을 때는 그나마 넘어갔는데 둘째가 생기고 나서는 둘째가 왜 언니 엄마냐고 따지길래 이제는 공평하게 두 아이의 이름을 합쳐서 '슬빈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습관에 젖은 관계로 아직도 '예슬엄마'라고 부를 때가 더 많다.
나처럼 이렇게 아내를 부를 때 아내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남편들에게는 경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우지 않고 있는 아내들에게는 당당히 항변하라는 책이 나왔다.
작가 허순이의 30년 동안 일하는 엄마, 주부 그리고 아내로 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자가 아니라 당당한 한 여성으로 살 것을 주장하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남편만 믿고 살기엔 여자의 일생은 짧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 남성인 나로서도 눈길이 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아마도 결혼 후 지금까지-아니 어쩌면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 까지-맞벌이를 해야 하는 아내의 운명이 안스럽다는 생각과 함께 미안함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이른바 '엄마 폐업'을 선언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엄마는 물론이고 주부와 아내로서의 몫을 충분히 해나가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여성들에게 주장하는 내용을 보더라도 그렇지만 현재 작가의 활동상을 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가정용에서 영업용으로 자신의 프레임을 바꾸고 자신만의 명함을 만들고 다니라는 등 변화를 시도하라고 주장하면서 아줌마 셀프 콘서트로 여자의 인생을 찾으라는 작가의 발상이 조금은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학력과 경력을 속여가면서도 말만 청산유수처럼 하는 어느 유명 강사들이나 방송인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얘기를 그릇된 밥벌이 수단으로 책을 쏟아내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기분이 들어서라는 내 생각이라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시각에도 원생들에게 목청을 높히고 있을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남몰래 고백한다.
"성경아! 아니, 성경씨! 사랑해요."
허순이/남편만 믿고 살기엔 여자의 인생은 짧다/모아북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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