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철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당연히 그 내용도 그러한데, 특히 저자가 중국인이기에 고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의 다양한 철학사상에서 우러나온 핵심적 지혜에 근거한 삶의 자세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제자백가 중에서 우리가 쉽게 접근하는 정도에 따라 유가, 도가, 선가, 묵가, 법가, 병가의 순으로 철학내용을 배열하고 그 각각의 본질을 잘 설명하여서 마치 중국고대사상사 입문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추천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유가로서 처세하고, 도가로서 오래살고, 선가로서 마음을 다스리고, 묵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병가로서 기초를 다지고, 병가로서 리더가 되라"라고 요약될 수 있다.
고대 중국인들이 당시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극복키 위해 혜안을 갖고 인생에 대한 획기적인 원칙을 이미 제시하였고, 현대인들이 아직도 그 삶의 원칙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그들의 탁월한 우수성을 절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고, 이런 훌륭한 선조를 둔 중국민족이 매우 부럽기도 하다.
다시 말해 세월을 뛰어넘어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인생의 참된 지혜를 훌륭하게 응축한 선현들의 빼어남과 그 맥을 깊이 있게 연구해 계승해온 후계자들의 저력에 다시금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책의 편찬 배경에선 "우리 중국인은 복잡한 인생의 모든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하는 중국인 특유의 자만심이 엿보여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자기민족이 벌써 해결책으로 제시해 놓았으니, 이젠 모든 이들이 고민하지 말고 처한 여건에 따라 "이 매뉴얼 방식대로 따르면 된다." 하는 인상이 풍기기 때문이다.
믈론 이들 철학사상은 훌륭한 가치를 내포하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대의 철학 속에서만 자꾸 진리를 찾고 적용해보려는 노력은 또 한편으로는 자기를 구속하는 새로운 울타리를 설치하면서, 서구의 중요하고 유용한 철학 가치들은 무시하여 편협한 사고 속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다소 우려가 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동아시아의 중요한 6개 사상에 대한 핵심이 이 한 권내 잘 정리되어 그 엑기스를 쉽사리 얻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별 노력 없이 얻는 대가는 곧 잊히고 쓸모를 찾지 못하여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는데, 우선 왜 우리는 문명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조건에서 탄생한 수 천년 전 선조의 사상을 아직도 넘어서지 못하고 계속 음미하고 재해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가? 이다.
이에 대해 나름대로 이유를 추정해보면, 시대가 나아갈수록 우리의 삶이 점점 복잡해지므로 눈앞에 닥친 지엽적인 진실 찾기에만 급급해서 인생의 참다운 핵심을 파악하고 그 해법을 발견하는 능력이 더욱 떨어져가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고대 사상의 훌륭한 지혜가 멋지게 정리되어서 듣기 좋은 말들이기는 하나, 이를 실생활에서 이행함이 관건이 되는데, 시대적으로 과거의 단순한 삶에 기반한 진실과 진리가 현대 생활에서 과연 제대로 적용, 활용될 수 있는가? 이다.
세 번째로 동양사상이라고는 하지만, 지역적으로 특정한 중국인들의 삶 방식에 기초한 것을 우리 한국인에게 삶의 원칙으로서 일반화시킨다면, 결국 또 하나의 사대주의로 가는 길은 아닌가 하는 경계심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듯이 동양 특히 중국의 고전적 지혜 활용만으로는 이 복잡한 현대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는 이것들 속에 서구의 합리적 사상들을 함께 녹여서 혼합, 융합된 새로운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과정이 진정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얻은 소득 혹은 의미는 유가를 비롯한 전통적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 부족을 크게 느꼈기에, 앞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여 정신적 성장을 이루고픈 자극을 받은 것이다.
만약 제대로 공부를 한 후에, 이 책을 다시 음미해 본다면 이전과 달리 이 책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