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편견과 억압 속에서 자란 흑인 소녀, 안젤루의 삶.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다. 안젤루의 3살부터 16살 사춘기까지 13년 동안의 자신이 삶을 기록하고 있다.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정해진 운명의 길을 가야만 한다면 과연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상상할 수나 있을까.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이 책의 제목은 19세기 미국에서 활약한 흑인 시인 폴 로렌스 던바의 '동정(1899)'이라는 작품의 첫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새장에 갇힌 새, 마야 안젤루.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언제 그의 날개에 상처가 나고, 그의 가숨이 쓰라린지,
언제 그가 창살을 두드려대며 자유롭고 싶은지 나는 알고 있네
그것은 기쁨이나 환희의 축가가 아니라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보내는 기도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폴 로렌스 던바, '동정(1899) 중에서 -
몇년전 보았던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헬프(The help)가 떠올랐다. 아름답고 현란한 그녀의 글솜씨를 엿보고 있자니 영화를 보던 당시의 감동이 다시 전해지는듯 했다. 올해 5월 타계한 그녀는 자신의 굴곡진 어린시절의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1928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오빠와 함께 그녀의 나이 세 살때 아칸소 주 스탬프스의 친할머니에게 보내진다. 남부 시골로 보내진 어린 남매는 부모님의 얼굴을 모른채 신앙심 깊은 할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그녀가 여덟살이 되던 해 오빠와 함께 어머니에게 보내지게 되는데, 꿈에 그리던 행복한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여덟살, 어린 나이에 엄마의 남자친구에게서 강간을 당하게 되고 몇년간 실어증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인 할머니, 엄마, 오빠 그리고 문학은 그녀에게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이후 16세의 나이로 미혼모가 되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게 되지만 그녀는 그런 아픔과 절망을 겪으면서 자신이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인종적 사회적 차별 그리고 온갖 불합리와 결핍 속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한 흑인 소녀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백인들은 그들의 편의상 흑인의 이름을 함부로 바꾸어 부르기도 하고 중학교 졸업식에서는 백인 초대인사가 나와 흑인은 운동가나 하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하는 현실 속에서 주인공 안젤루는 분노하게 된다. 어느날 그녀의 할머니는 치통으로 고생하던 안젤루를 데리고 치과를 찾아 가지만, 백인치과의사가 흑인을 치료하느니 차라리 개의 주둥이에 손을 넣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되자 여전히 노예나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는 흑인들의 고단한 삶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안젤루는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면서 어느새 인권 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은 미국 3대 청소년 필독서로 꼽힌다. 백인 우위 사회에서 흑인 여자로서 살아내고 감당해야 할 모욕과 불합리함의 크기가 얼마만큼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안젤루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바있으며, 영화 '조지아, 조지아'의 각본과 음악을 맡기도 했고, 조지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출연하기도 하는 등 가수, 작곡가, 영화배우, 연극배우, 영화제작자, 극작가, 영화감독, 여성운동가, 흑인 인권 운동가, 저널리스트, 역사학자, 교수, 강연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녀는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하여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반기문 UN사무총장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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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3
남부의 흑인 여자아이에게 성장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라면, 추방당한 느낌을 의식한다는 것은 목구멍을 위협하는 면도날에 슬어 있는 녹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모욕이다.
p. 238
흑인으로 태어나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끔찍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벌써 내 피부색을 비난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런 방어할 기회도 없이 조용히 앉도록 훈육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잔혹했다. 우리 모두 죽어야만 했다. 우리 모두가 죽어서 한 사람 위에 다른 한 사람이 포개진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인들이 맨 밑바닥에서 넓게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인디언들이 그들의 어이없는 도끼와 천막과 오두막집과 평화협정과 함께 쌓 이고, 그다음에는 흑인들이 그들의 자루걸레와 조리법과 목화 부대와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영가와 함께 포개져서 만든 인간 육체의 피라미드가 보고 싶어졌다.
p. 342
내가 흘리는 눈물은 베일리 때문도, 어머니 때문도, 심지어 나 자신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삶이 눈감아준 덕분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무력함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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