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는 책은 제목에서 큰 매력을 풍겼다. 제목의 기대치가 높은 게 문제였는지 만족감에 상처가 생겼다. 흔히 시장에서 고객이 불만족하는 이유는 기대치보다 결과치가 낮을 때이다. 그런 면에서 제목이 주는 상큼함에 너무 도취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이 책을 통해 개인적인 삶이란 측면에서 배움은 컸지만, 제목 그대로 경영이란 관점에서의 피드백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임을 고백한다.
또한 저자가 사례로 제시한 소설 가운데 익히 읽거나 알고 있던 스토리는 쉽게 이해하고 공감대를 찾기 쉬웠으나, 스토리가 낯선 소설 이야기들은 전후 맥락이 부족하여 저자가 의도한 만큼 깊은 맛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설의 가짓수를 줄이되 공감의 폭과 깊이를 신경 써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매력은 충분했다. 독자가 배움이라는 의식을 갖고 접근한다면 의도된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며, 겉으로 드러난 책의 내용만 읽을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각도에서 음미하면서 접근한다면 더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포맷 자체는 신선한 느낌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자기를 이기는 힘, 일에 대한 자세, 삶에 대한 방식, 세상에 대한 이치를 전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 ‘일에 대한 자세’가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기에 몇 가지 소개해본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그 유명한 조르바를 다시 만나 보았다. 그를 통해 삶의 의미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다시 새기게 된다. 조르바는 가장 전형적인 자유인으로 전 지구인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준 인물이다. 그는 ‘지금 이것에 집중하여’,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아주 특이한 사람이다. 저자는 도자기를 잘 만들기 위해 자기 손가락이 거치적거린다는 이유로 자신의 손가락을 손도끼로 잘라버렸다는 부분을 발췌하여 독자에게 전해준다. 자신이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소중한 자신의 일부인 손가락마저 제거할 용기가 우리에게 있는지 묻는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경영인과 직장인들에게 열정을 쏟아 낼 대상을 찾아 낸 조르바를 부러워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개인의 몫이자 경영자들의 공동책임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오웰이 쓴 <카탈로니아 찬가>를 접하면서 지식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흔히 지금 이 시대를 지식경제사회로 정의한다. 경영학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지식으로 ‘실용적 지식’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조지 오웰은 실천하는 지식을 강조했다.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스스로를 고사시킨다. 신념이라는 자리에 ‘자신의 안위’를 끼워놓고 지행격차를 스스로 안타깝게 생각하곤 한다. 성과는 실행력에 기반한다.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식에 집착하고 지식에 발목이 잡히고 지식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용효율적인 것만 찾기보다는 더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할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자신과 조직,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 일에 전념하는 실천하는 지식인이 많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리어드의 <호메로스>를 통해 아킬레우스 이야기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을 던지고 있는지 반문한다. “전쟁에 나가면 널리 명성을 떨칠 것이지만 반드시 죽게 될 운명이고, 전쟁에 나가지 않으면 천명을 누릴 수 있겠지만 아무도 영웅으로 기억해주지 않을 것”이란 상반된 조건처럼 우리 역시 많은 순간 수없이 많은 선택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기준은 바로 자신의 가치관에 해당한다. 조직에서도 쉽고 편한 일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렵고 고생스런 일을 맡게 된다. 누군가 말했듯이 누군가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는 당찬 의지를 아킬레우스를 통해 다시 배우게 된다. 경험이 스승이란 말처럼 어려움을 겪을수록 우리가 더 강해지고 성장해나간다는 사실을 가끔 우리는 잊고 지낸다. 바로 그럴 때 아킬레우스를 떠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조직을 떠날 때 어떤 찬사를 듣고 싶은가? 나로 인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졌는지, 그러한 평가가 어떻게 남을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좋은 기회였음에 저자에게 감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