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슬로우 라이프
- 천천히, 조금씩, 다 같이 행복을 찾는 사람들-
(나유리, 미셀 램블린 지음)
부제가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금속 공예가인 한국인 아내와 철학을 공부하는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3개 국적을 가진 남편이 핀란드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느끼고 체험한 7년 간의 이야기를 엮어 놓았다. 그동안 핀란드 관련 책들은 많이 읽어 보았지만 핀란드 속에 들어가 이렇게 속속들이 편안하게 정리해 나간 책은 처음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는 헬싱키와 핀란드 사람들을 낯선 시각과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핀란드식 생활양식은 조금씩 우리의 생활과 삶의 가치에도 영향을 주었고 어느 순간 우리는 헬싱키적 삶의 양식에 동화되어 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들을 되짚어 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 왜,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고 우리 스스로가 이곳에서
더욱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었는지 긴 여정을 되돌아 보기로 했다'
핀란드 사람들이 잘 산다(well-being)고 하는 기준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핀란드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요인은 어떤 직업을 가졌는가, 혹은 얼마의 연봉을 받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가에 사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휴식 시간을 보내드냐가 가장 중요한 행복 요건이라고 믿는다. 이런 생각을 다 같이 공유하고 전반적 삶의 문화가 이렇게 만들어지다 보니 생활 전반적인 공기가 편안하고 더 여유가 넘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밑바탕 위에 다양한 휴식 문화들을 사람들은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우나와 코티지이다.
가족 사우나는 많이 들어 봤지만 코티지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핀란드 사람들이 돈을 벌면 가장 먼저 마련하는 것이 바로 코티지라고 한다. 코티지는 가족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전기나 상하수도가 없다.' 그야말로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과 하나되는 가운데 신체적 정신적 위로와 여유를 받고 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느낀 핀란드의 색깔은 소박함이었다. 그렇게 잘 사는 나라의 국민들이 어찌 이다지도 소박할 수 있을까 그 중의 한 예가 ' 진정한 럭셔리를 만나다 '에서 볼 수 있었다. 중국인 친구가 명품 목걸이를 자랑하자 핀란드 친구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그 상황에서 중국인 친구는 당황했다고 한다. '핀란드 여성들 중 그 어느 누구에게도 주얼리는 물질적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주얼리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목걸이' 혹은 '결혼할 때 남편이 선물한 반지'처럼 개개인의 소중한 기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일 뿐이었다. 핀란드의 젊은이들은 패션 잡지를 통해 패션 경향을 알아보고 스타일링에 영감을 받기는 하지만 남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가방을 들고, 똑같은 신발을 신는 것은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빈부격차가 적고 누구나 평등한 사회인 핀란드에서는 물건 하나로 남과 구별되기를 기대하거나,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어떤 계층에 속한다는 심리는 적용되지 않는 듯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정답은 없다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많은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참 좋은 사람들, 참 편안한 분위기, 나누는 것이 익숙한 사회... 부럽다~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이런 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