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물이라는 것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을 소재한 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형 집행인-우리 나라로 치면 죄인의 목을 치던
망나니와 같은-이다. 당시에는 왠만한 죄인들은 모두 교수형이나 목을 치는 형을 받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과거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형집행인의 지위는 형편없었던 모양인지 마을의 외곽에서 숨은 듯 살아가야 했던
야콥퀴슬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가업인 사형집행인이 되어 역시 사형집행인집안의 딸과 결혼하여 자식을 낳았다.
야콥은 어린시절 잔인한 집행과정을 보면서 가업을 잇는 것을 포기하려고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가업을 잇게된다.
남들보다 커다란 덩치에 힘이 좋았던 야콥은 머리도 뛰어나서 온갖 약재를 이용하여 치료제나 비법의 약들을 만드는 재주도
뛰어나다. 야콥에게는 영리하고 아름다운 딸 막달레나가 있었는데 천방지축인 그녀의 활약이 중세의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는
특이한 매력이 있는 아가씨이다.
야콥이 살고 있던 숀가우시 강가에 어느 날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다. 짐마차꾼의 외동아들이 살해된 것이다.
마을사람들은 산파일을 하는 마르타가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그녀는 마녀라는 지탄을 받으며 체포된다.
하지만 그녀가 감옥에 갇힌 후에도 살인은 계속된다.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에서는 고아들이 득시글 했고 이상하게도
죽은 아이들은 바로 그런 아이들이었다.
야콥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받아준 마르타가 진범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
하지만 마을의 지도자들은 사건이 커지기 전에 마르타를 마녀로 화형시키고자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야콥에게 고문을
명하게 된다. 사형집행인은 죄인을 심문하고 고문하는 일도 함께 했으므로.
야콥은 의사지망생인 지몬과 더불어 진범을 쫓기 시작하고 마르타를 화형시키지 않기 위해 시간을 벌기로 한다.
특별조제한 약으로 마르타를 깊은 수면에 빠지게 하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마을의 지도자들은 안절부절하기에 이른다.
이 사건이 커지게 되어 이웃마을에 있는 성주가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마을에 오게되면 엄청난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는 아이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진범과 야콥은 먼저 아이들을 찾기위해 실마리를 쫓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구해낸 야콥과 지몬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마지막 순간 진범과 한 판 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 작품은 과학이라는 말조차 없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범인을 추적하는 사형집행인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그가 젊어서 전쟁터를 전전하며 경험했던 것들이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고 그의 진보된 의식역시 천민이라는 밑바닥계급임에도
불구하고 해결하기 힘들뻔했던 사건을 밝히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의 저자는 실제 사형집행인이었던 조상을 둔 후손이라는 점에서 사건이 그저 허구이지만은 아닐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집안의 누군가로 부터 전해온 이야기에 집중했던 그가 끌어낸 이 작품은 당시 중세에 만연했던 비극의
'마녀사냥'과 맞물려 매력적인 미스터리물로 거듭난 셈이다.
제목처럼 사형집행인의 딸보다는 사형집행인이 더 활약하긴 했지만 만약 후편이 등장한다면 사형집행인의 딸이 더욱 두각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책을 덮었다.
